| ▲ 아파트 사기 분양 계약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을 통해 강력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아파트 청약 관련 그래픽.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길거리를 지나다 사은품을 준다는 말에 이끌려 들어간 분양 사무실에서 얼떨결에 계약서를 쓰고 나오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오늘이 마지막 물량이다” “역세권 평지라 프리미엄이 확실하다”라는 분양 상담사의 끈질긴 설득에 지쳐 계약금을 송금하지만 뒤늦게 확인한 현장은 홍보 내용과 딴판인 경우가 허다하다.
박진언(가명)씨의 사례가 전형적이다. 고령에 다리가 불편했던 그는 ‘역 근처 평지 아파트’라는 말을 믿고 분양 사무실에서 3시간 넘는 압박 면담 끝에 계약금 70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역에서 20분이나 걸리는 가파른 언덕길이었다. 박씨는 즉시 계약 해제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이미 서명했으니 수천만 원의 위약금을 내지 않으면 해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 사기 취소의 높은 벽, 입증의 한계
많은 피해자가 가장 먼저 ‘사기(기망)에 의한 취소’를 떠올린다. 하지만 법적으로 사기를 인정받기는 대단히 어렵다.
판례는 분양 과정에서의 어느 정도의 과장 광고를 허용하는 경향이 있다. “역에서 가깝다”거나 “평지다”라는 표현은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기망 행위로 단정 짓지 않기도 한다.
소송으로 간다 해도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바늘구멍’과 같다.
◆ 강력한 해결책, ‘방문판매법’에 주목하라
이때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법적 무기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이다. 흔히 화장품이나 가전제품 영업에만 적용된다고 오해하지만 부동산 분양 계약 역시 방문판매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박씨처럼 길거리에서 유인당하거나 전화를 받고 분양 사무실(영업소)을 방문하여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법적으로 ‘방문판매’ 혹은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한다. 이 법이 적용되면 다음과 같은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
- 14일 이내 무조건적 청약철회 : 사기 여부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라면 자유롭게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 강행규정에 따른 위약금 무효 : 업체가 계약서상의 위약금 조항을 근거로 위약금을 요구하더라도, 방문판매법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정을 무효로 하는 강행규정이다. 소비자는 위약금 없이 계약금 전액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
- 연 15%의 지연손해 금: 청약철회 후 업체가 반환을 지체할 경우, 법정 지연이자인 연 15%를 추가로 청구하여 압박할 수 있다.
◆ 피해 발생 시 대응 전략
박씨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즉시 방문판매법상 청약철회권을 행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결국 업체는 강경했던 태도를 바꾸어 계약금 700만 원 전액을 반환했다.
부동산 분양 계약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다음의 대응 원칙을 지켜야 한다.
1) 객관적 증거 확보 : 홍보물, 상담 녹취, 현장 사진 등을 통해 홍보 내용과 실제의 차이를 기록한다.
2) 14일의 '골든타임' 사수 : 방문판매법상 철회권은 기간 제한이 엄격하다. 계약일로부터 14일(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에 따라 30일) 이내에 반드시 서면으로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3) 전문가와 법리 검토 : 해당 계약이 방문판매법 적용 대상인지, 내용증명에 어떤 법리를 담을 것인지 전문가와 신속히 논의해야 한다.
법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자를 돕는다.
부당한 계약에 묶여 자포자기하기보다 방문판매법과 같은 실효적인 법적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중한 재산을 지켜내야 한다. 주상은/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
| 글쓴이 주상은 변호사는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파트너변호사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공인 재개발 재건축 전문변호사이고, 주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건설 부동산 사건들을 취급해왔다. 대학원에서 민사법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논문을 주로 작성하다가 변호사가 된 후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법언어를 쉬운 일상 용어로 풀어 쓰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서 가지는 오해를 조금씩 해소해나가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