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P조선이 수주잔량의 소진으로 청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미포조선은 SPP조선과 중형급 선박을 놓고 수주경쟁을 벌였는데 앞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PP조선이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밟고 있지만 2월 말부터 사실상 청산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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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승만 SPP조선 사장(왼쪽),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사장. |
SPP조선이 마지막 수주물량인 선박 1척을 24일 선주에게 인도하면 더 이상 도크(선박건조대)에서 건조할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SPP조선 채권단은 최근 남은 인력 240여 명을 모두 해고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신규수주를 포기하고 사업을 더이상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SPP조선은 지난해 초부터 신규수주를 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했다는 이유로 시중은행들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지 않으면서 수주가 모두 무산됐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정해진 기한 내에 배를 만들지 못할 경우 발주처로부터 미리 받았던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줄 것을 보증하는 증서다. 이것이 발급되지 않으면 수주가 사실상 불발된다.
SPP조선은 해고인력 가운데 남은 자산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20여 명만 재입사 조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SPP조선은 통영조선소와 사천조선소, 율촌공장 등 3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SPP조선은 한때 현대미포조선과 전 세계 선박시장에서 중형급 선박의 수주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선박 발주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주에 힘을 쓰지 못했고 재무구조까지 악화하며 경영난을 겪은 끝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SPP조선은 2002년 9월에 설립된 동양기공이 모태다. 설립 초기에는 다른 조선사들로부터 선박용 블록 구조물을 수주해 생산하는 하청기업이었으나 2004년 동양조선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본격적으로 조선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 상호를 SPP조선으로 변경한 뒤 현재까지 모두 200척이 넘는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했으며 중형급 선박만 150척 넘게 수주했다.
하지만 파생상품 손실과 투자실패 등에 따라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해 2010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삼라마이다스(SM)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매각가격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각이 최종 불발됐다. 이후 재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으나 바로 청산하는 쪽으로 운명이 결정됐다.
현대미포조선은 SPP조선이 사라질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계열사로서 중형급 유조선과 가스운반선 건조에 특화돼있다. 한때 SPP조선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했지만 시장에 사실상 나홀로 남아 발주를 모두 흡수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중소형 조선소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이제부터 살아남은 중소형 조선소가 향후 업황회복과 동시에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현대미포조선은 2월에만 연속으로 그리스, 일본 등에서 중형급 선박을 수주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선사와 선박건조를 위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해 가스운반선을 최대 4척 수주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