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통상의 국내 SPA 브랜드 '탑텐'은 최근 매출이 역성장했다. 사진은 탑텐이 지난 1월 부산역 KTX 1층에서 운영한 팝업 스토어 전경. <신성통상>
[비즈니스포스트] 신성통상이 국내 스파(SPA) 브랜드 '탑텐'의 1조 매출을 눈앞에 두고 제동이 걸렸다.
고물가 속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대표하는 SPA 수요가 이어지고 있지만 탑텐의 최근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는데 해당 업계의 경쟁 심화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신성통상은 매장 효율화와 제품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한편 배우 전지현씨를 새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 재정비를 시도하고 있다.
9일 업계 동향을 종합해보면 탑텐의 최근 매출은 국내외 SPA 브랜드 호황에도 뒷걸음질하고 있다.
탑텐이 속한 신성통상 패션사업부 매출은 사업연도 기준으로 2023년 1조5143억 원, 2024년 1조4744억 원, 2025년 1조43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성통상은 회계연도를 전년 7월부터 해당 연도 6월까지의 사업연도로 적용하고 있으며 패션사업은 전체 매출의 98%가량을 차지한다.
내수 침체에 따라 주요 SPA 브랜드가 합리적 가격에 기반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탑텐 역시 '1조 클럽'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2025년 회계연도 매출은 9천억 원대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SPA 업계 2위로 꼽히는 탑텐의 매출이 후퇴한 것은 업계 1위인 유니클로의 실적 흐름과 대비된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최근 3개 회계연도 매출은 2023년 9219억 원, 2024년 1조601억 원, 2025년 1조3523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최근 2년 연속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1·2위 브랜드의 상반된 흐름을 '노재팬 운동'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불매 운동이 확산되며 2019년 하반기부터 국내 토종 SPA 브랜드인 탑텐이 반사 수혜를 입었으나 2023년 들어 분위기가 약해지면서 외형 성장세도 둔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성통상의 패션사업부 매출은 일본 브랜드 불매 운동이 본격화된 이후 2020년 1조62억 원, 2021년 1조1759억 원, 2022년 1조4402억 원으로 안정적 증가세를 보였다지만 2023년 정점을 찍고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무신사 스탠다드와 에잇세컨즈, 스파오 등 국내 SPA 브랜드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 탑텐은 2026년 오프라인 매장 수를 650~660개 수준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성통상>
이에 탑텐은 외형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PA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꼽히는 오프라인 매장 수 변화에서 이런 흐름이 감지된다.
탑텐은 매장 수를 2022년 550여 개에서 2024년 700여 개로 늘렸지만 사업 효율화 기조에 따라 점포 수를 다시 조정하고 있다. 2025년 매장 수는 677개 수준으로 파악되며 회사는 올해에도 650여 개 안팎으로 줄일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외형 확장보다 운영 효율을 높여 매장당 수익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최근 브랜드의 새 얼굴로 전지현씨를 기용한 것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탑텐이 그동안 '가성비 SPA' 이미지로 성장해 온 만큼 단순 가격 경쟁보다는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 경쟁력 강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김지희 탑텐 상품기획본부장(전무)은 최근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자체 기능성 제품군을 확대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김 부사장은 '평창 롱패딩', '온에어', '에어테크' 등 탑텐의 대표 히트 제품 개발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품격을 유지하는 전지현의 이미지가 탑텐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며 "올해는 확장보다는 깊이에 초점을 맞춰 신뢰도 높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