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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들이 웨어러블 기기에 뛰어드는 이유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9-10 16: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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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기업들이 웨어러블 기기에 뛰어드는 이유  
▲ 랄프 로렌은 지난달 25일 스마트 티셔츠 '폴로테크'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착용자의 심박수와 스트레스 수준 등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다른 스마트 기기에 전송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IT기업들만의 춘추전국시대가 아니다. IT기술과 거리가 먼 패션업체들도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미국 패션 브랜드인 랄프 로렌과 세계적 액세서리 업체인 파슬그룹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은 ‘예쁜 웨어러블 기기’를 내세우며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패션업체들의 잇따른 진출은 웨어러블 기기가 더이상 IT기술의 경연장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의 격전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패션, IT 기술을 도입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패션업체인 파슬(Fossil)그룹이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과 손잡고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 것이라고 지난 6일 보도했다.

파슬은 시계와 장신구 등을 디자인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파슬은 인텔의 투자 부문을 담당하는 인텔 캐피털과 협력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동향을 살핀 뒤 공동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슬이 패션시계 업체인 만큼 삼성전자의 기어 시리즈 같은 ‘스마트 손목시계’ 제품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파슬은 지난 3월 구글이 웨어러블 기기 전용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공개했을 당시 시계업체 중 유일하게 협력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랄프 로렌이 최근 선보인 ‘스마트 티셔츠’는 그야말로 웨어러블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제품이다. 랄프 로렌은 지난달 25일 대형 패션업체 중 처음으로 ‘폴로 테크’라는 브랜드명의 스마트 티셔츠를 공개했다.

  패션기업들이 웨어러블 기기에 뛰어드는 이유  
▲ 데이비드 로렌 랄프 로렌그룹 수석 부사장
폴로 테크는 기존 스포츠 웨어에 각종 센서를 부착한 웨어러블 기기로 각종 신체정보를 수집해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전송해 준다. 단지 이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심박동수와 호흡량, 스트레스 수치 등 운동에 관련된 수치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비드 로렌 랄프 로렌그룹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지속적으로 패션에 첨단 IT기술을 적용할 것”이라며 “이는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우리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랄프 로렌은 지난 9일 막을 내린 세계 4대 테니스 대회인 US오픈에서 폴로 테크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랄프 로렌은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볼보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착용토록 해 시판에 앞서 제품을 테스트했다. 공식판매는 내년 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웨어러블 기기 성패는 패션에 달려

패션업체들이 웨어러블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패션’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다른 모바일 기기와 달리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패션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3월 열린 ‘스마트기기 산업 및 기술 동향 세미나’에서 “웨어러블 기기는 기존 모바일 기기와 달리 외부에 드러내놓고 다니는 패션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형태가 정형화돼 있어 사용자의 개성을 표현해주는 기기라고 보기 어렵다”며 “반면 웨어러블 기기는 남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착용하고 싶은 사용자들의 욕구를 고려해 만들어져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지난해 발간한 ‘웨어러블의 미래, 패션에서 길 찾아야’라는 보고서에서 패션을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혁신적 기술과 기능에 집중하는 기존 IT시장의 접근방식으로 웨어러블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제조사들은 웨어러블 기기에 더 많은 기능을 넣으려고 하지만 사용자들은 스마트폰과 중복된 기능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결국 꼭 필요한 기능만을 뽑아내 멋진 디자인에 담아내는 것이 제품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역시 웨어러블 기기의 성공 요건으로 기존 모바일 기기와 차별화를 지목했다.

워즈니악은 지난달 27일 미국 IT전문매체 씨넷과 인터뷰에서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과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의 부가적 기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성공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사들은 사용자들이 웨어러블 기기를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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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패션 브랜드인 '토리버치'는 최근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업체인 '핏빗(Fitbit)'과 손잡고 목걸이와 팔찌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인 '플랙스(Flex)'를 선보였다.

◆ 패션업체의 웨어러블 도전은 성공할까


패션이 웨어러블 기기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면서 패션업체들의 시장 진출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영국 트렌드컨설팅업체 스타일러스의 안원경 한국지사장은 지난 4일 ‘스마트클라우드쇼 2014’에서 “디자인과 소재 등이 유사한 제품들이 짧은 간격을 두고 빠르게 출시되는 상황에서 IT기술은 제품 차별화를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라며 “앞으로 IT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는 패션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소니와 같은 IT공룡들의 강점인 ‘규모의 경제’가 웨어러블 시장에서 통하기 어렵다는 점도 패션업체들의 웨어러블 도전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웨어러블 제품은 기능보다 개별 사용자들의 감정이나 느낌까지 치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고 있다”며 “기존 모바일 제품처럼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이러한 점을 반영키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패션업체들의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이 웨어러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존 모바일 제품에 비해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시장 진출이 비교적 쉽다는 점도 이런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정재훈 연구원은 “패션업체들은 그들의 제품에 센서 등 모듈만 붙이면 웨어러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이 경우 생산이 용이해 완제품에 집중하는 IT업체보다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고 수익 면에서도 더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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