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청 사용자는 다음 달 10일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에 맞춰 원청 노동조합 및 하청 노동조합 등 최소 2개의 노조와 교섭해야 하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하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에 교섭 신청을 하더라도 원청 노조는 기본적으로 창구 단일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또한 원청 사용자는 교섭요구 사실을 다른 하청 노조 및 노동자가 알 수 있도록 공고해야 한다.
|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영훈 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 및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사용자로 판단돼 교섭 의무가 발생한다.
노동부는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틀 안에서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활용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이번 매뉴얼을 통해 원청 노조는 기본적으로 단일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반면 기존에는 하청 노조가 교섭 신청을 하면 원청 노조와 별도의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거쳐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원청 노조는 해당 교섭 단위 내에 있는 교섭당사자가 아니므로 하청 노조와 원청 사용자 간 교섭에 있어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기본적으로 교섭권의 범위 및 사용자의 책임 범위, 근로자의 특성, 이해관계, 근로조건 결정 방식 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교섭 단위가 다르다고 본 것이다.
앞으로 원청 사용자의 교섭 창구는 기본적으로 원청 노조, 하청 노조 등 최소 2개가 된다.
하청 노조는 노동위에서 사용자성 판단만 거치면 원청 사용자와 교섭을 진행할 수 있어 교섭 과정을 보다 빨리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원청 사용자 입장에선 원청 노조와 교섭하다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최소 2개 노조와 교섭해야 해 교섭 비용이나 행정 절차 등에 대한 부담이 최소 2배로 늘어난다는 비판이 있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교섭을 비용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원청 및 하청 격차가 해소되면 경제 전반의 활력이 늘어나면서 기업에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원청 사용자의 부담 증가는 맞지만 기존 노동 현장에서는 원청이 교섭 의무가 없다면서 회피하고 하청 노조는 교섭력을 확보하지 못해 불법 투쟁을 해왔다"며 "앞으로 제도권 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조가 교섭을 신청하면 요구받은 날부터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해당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해야 한다. 다른 노조와 노동자에게도 알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원청 사용자가 공고하지 않으면 노동위에 시정 신청이 가능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미공고하면 시정 신청한 노조와 관계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돼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공고를 본 다른 하청 노조가 교섭에 참여하면 하청 노조 간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정 하청 노조가 전체 하청 노조 단위에서 원청 사용자에 대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개별교섭을 요구할 경우 원청 사용자는 개별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없다.
하청 노조 간에 교섭창구 단일화가 원칙이지만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에서 분리 필요성이 인정되면 노동위에서 교섭단위 분리 결정이 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이 다음 달 10일 시행되면 4월 경에 첫 적용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장관은 "실제 벌어지는 상황들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올봄에 춘투가 아닌 봄의 대화가 만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전체 하청노동자 단위에서 원·하청 교섭이 이뤄질 경우 하청 노조 입장에선 교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원청 입장에선 기존 원청 노조와의 교섭에 영향을 받지 않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노사 양측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장관은 "이번 매뉴얼은 개정 노조법 취지를 현장에 구현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부는 개정 노조법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도록 법적·행정적 가용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