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이버의 새 서비스 로봇 '루키2'. <네이버> |
[비즈니스포스트]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를 무대로 로봇배송 '루키2'의 상용화 실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루키2는 특수 시설 없이도 이동하도록 설계돼 '특정 건물용'에 머물던 로봇배송을 도시형 서비스로 넓힐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최 대표는 이를 통해 국내 도심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다져 커머스 전략을 차별화하는 무기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11일 네이버에 따르면 회사의 새 자율주행 기반 서비스 로봇 '루키2'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형 신도시 '뉴 무라바'에 도입될 예정이다.
뉴 무라바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비전2030 정책의 하나로 발표한 신도시다. 10만4천 개의 주거용 아파트, 9천 개의 호텔 객실, 98만㎡의 쇼핑 공간, 140만㎡의 사무실 공간, 62만㎡의 레저 공간, 180만㎡의 커뮤니티 시설이 생길 예정이다.
현재 토목 공정과 함께 도시 인프라 밑그림을 구체화하는 단계다. 본격적인 건축물 공사들에 앞서 도시가 운영될 틀을 먼저 다지는 국면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루키1이 먼저 가 있는 상태다. 뉴 무라바 프로젝트에서 로보틱스 관련 어떤 협업을 진행할지 다양한 방향으로 논의하는 중"이라며 "루키2도 순차적으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루키2는 휠베이스 로봇 '루키1'의 후속 모델이다. 루키1이 경기 성남에 있는 네이버 제2사옥 1784와 같은 스마트 빌딩 전용으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루키2는 모든 빌딩에서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등 특수 시설들이 없어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네이버가 해외 신도시에 루키2를 넣는 것은 로봇배송을 특정 건물용에서 범용 서비스로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실험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다양한다. 신도시는 배송 동선 등을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어 로봇배송을 붙이기 쉽다는 점뿐 아니라 운영 규칙을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는 공간에서 로봇배송의 기준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이 모두 장점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실제로 루키2의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투입을 통해 단순히 '멋진 시연'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오히려 '서비스가 돌아가는 표준'을 세우고 다른 도시로 이 모델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루키2가 주목받는 이유는 네이버가 이를 통해 배송과 쇼핑의 시너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배송을 쇼핑 경험의 핵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을 제시해놓고 있다. 루키2의 범용성은 이런 방향을 뒷받침할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 대표는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로봇을 개발하는 것보다 인간과 로봇의 접점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상거래 등 구매 행위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특수 시설 없이도 이동할 수 있는 로봇'에 루키2의 방점을 찍은 것 역시 한국 커머스 시장에 좀 더 침투하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한국의 도시는 생활권이 촘촘하고 보행 밀도가 높다. 신축과 구축이 섞여 건물 구조와 출입 동선도 균일하지 않다. 같은 도심이라도 인도 폭과 경사, 출입구 위치, 보안 동선, 엘리베이터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다.
로봇배송이 상용 서비스가 되려면 이 차이를 견딜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한데 루키2는 정확히 이 지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에서의 상용화 실험은 '한국 도시용 배송 무기'를 만드는 과정으로 읽어도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운영 규칙이 정돈된 환경에서 서비스 기준을 먼저 세우고 그 기준을 복잡한 한국 도시에 이식할 준비를 한다는 뜻이다.
네이버가 올해 로봇배송 실증 무대를 실내에서 실외로 넓히려는 이유도 이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회사는 사옥에서 쌓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배송 서비스를 실제 도로 환경으로 옮겨간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실외는 변수와 예외가 많아 상용화 기준을 잡기 더 까다롭다.
실외 실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네이버는 글로벌 IT 기업 엔비디아와의 협업도 꺼냈다. 엔비디아의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가상 공간에서 주행과 동선을 반복 검증하고 현실 적용 속도를 높이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 ▲ 네이버의 바퀴형 서비스 로봇 '룽고'. <네이버> |
네이버의 로봇 라인업도 실내와 실외를 나눠 확장하는 형태로 잡혀 있다. 사옥 안에서는 루키1이 빌딩 배송을 맡고 실외를 고려한 바퀴형 로봇 '룽고'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루키2는 두 세계를 잇는 범용 모델에 가깝다.
네이버의 로봇 전략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에는 해외에서 먼저 쌓인 레퍼런스가 있다. 최 대표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기술'을 강조해 온 만큼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의 루키 운용은 상용화 실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해 6월 디지털 트윈 플랫폼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스마트시티 기술력을 드러냈다. 디지털 트윈 플랫폼 프로젝트는 현실의 도시·건물·도로 같은 공간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해 각종 센서·데이터를 붙여 운영·관제·시뮬레이션(교통·안전·시설 관리 등)까지 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수주 경쟁이 치열했는데 가격 경쟁력이 아닌 기술 경쟁력으로 인정 받았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측에서 먼저 빨리 진행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와줬다"고 말했다.
일본은 네이버가 해외에서 로봇 운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대표 시장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일본에서도 스마트 빌딩 환경을 중심으로 로봇이 돌아다니며 배송을 수행하는 운영 모델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과 로봇 운영을 묶는 공간지능 기술은 피지컬 AI가 화두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연구했던 부분"이라며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