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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기후결산(상)]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몸사리는 기업들, 글로벌 '탈ESG' 가속화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5-12-22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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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기후결산(상)]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몸사리는 기업들, 글로벌 '탈ESG' 가속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2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는 글로벌 기업들의 기후대응이 크게 후퇴한 해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복귀하면서 기업들이 잇달아 '탈ESG'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영국 유력언론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각) 2025년을 두고 글로벌 산업계의 기후대응이 전방위적으로 늦춰진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윌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에 세계 각국이 맺은 협약으로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것은 사실상 기후대응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방침 변경에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글로벌 은행들이었다.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간스탠리, JP모간 체이스 등 월스트리트의 6대 은행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했다. 넷제로은행연합은 금융권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유엔 주도하의 은행 협의체다.

당시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은행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을 피하기 위해 탈퇴를 진행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공화당 주 정부들은 ESG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블랙록, 뱅가드그룹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화석연료 연관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공정한 시장 경쟁 논리에 어긋나 수정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블랙록은 올해 1월 '넷제로자산운용사이니셔티브(NZAMI)'에서 탈퇴하고 ESG 투자에서 집중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보다 '균형잡힌' 투자 행보를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미국 은행들의 뒤를 이어 캐나다, 영국 등의 주요국들의 주요 은행들도 탈퇴 릴레이를 이어가자 넷제로은행연합은 올해 10월 조직 체계를 개편하고 자발적 협의체 수준으로 역할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넷제로자산운용사이니셔티브는 아예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25 기후결산(상)]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몸사리는 기업들, 글로벌 '탈ESG' 가속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4월 백악관으로 석탄 채굴 사업에 종사하는 광부들을 불러 석탄산업 지원 패키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권에 이어 산업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뒤따랐다.

올해 2월 메르세데스 벤츠는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목표를 대폭 낮춰 잡아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포함 전동화 비중을 50%로 맞출 것을 선언했다.

포드도 올해 11월 전기차 사업 손실이 너무 크다며 일부 전기차 기종을 단종하고 하이브리드와 내연차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월마트, 테스코 등이 자사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 기재된 탄소 배출 정보 공개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들 업체가 미국 정계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은 여전히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했으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오르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기업 탄소중립 계획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과학목표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에서 퇴출됐다.

이 모든 것에 더해 미국 정부 방침의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낸 것은 바이든 정부 시절에 제정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 정보 공개 규정이 폐지됐다는 대목이다.

증권거래위 기후공시는 발표됐을 당시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공화당 주 정부들과 산업계에서 소송에 나섰다. 올해 3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편된 증권거래위는 기후공시 보호를 위한 법정 공방을 공식적으로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올해 8월 증권거래위가 기후공시 보호를 위해 추가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사건을 종결지을 것이라 통보했으나 증권거래위는 이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현재 증권거래위 기후공시는 집행이 정지돼 사실상 폐지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이 모든 변화가 향후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렉스 마틴 미국 금융개혁협회 기후금융정책책임자는 한 ESG전문지와 나눈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무시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특히 전문가들이 없어진 그들의 현 상황에서는 문제가 커지고 드러나는 것을 더 외면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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