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5-12-17 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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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영화 산업 회복을 위한 지원에 나선 가운데 관련 산업을 영위하는 CJCGV 등 CJ그룹 계열사의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영화산업 지원 정책을 내놓았지만 CJ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에 미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이 이미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중심의 IP(지적재산) 경쟁으로 재편된 만큼 정책이 업황을 단기간에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17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영화와 극장을 되살리기 위해 나섰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극장 가치의 재발견 프로젝트’와 ‘구독형 영화 패스 제도’ 도입으로 극장 관객 수를 회복하겠다고 보고했다. 중예산 영화 지원에 내년 200억 원을 투입하는 계획도 내놨다.
구독형 영화 패스 제도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AMC 등 해외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이러한 방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CJCGV 관계자는 “정책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해외에서도 구독형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만큼 배급사의 협의와 일정 부분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현 상황의 문제를 관람 방식에만 두는 접근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핵심은 제도보다 콘텐츠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시쳇말로 콘텐츠를 살리지 않고서는 극장도 생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CJ그룹의 문화 산업이 정부의 새 정책의 영향 아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CJCGV 실적 흐름을 보면 극장산업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더라도 관객 감소와 비용 부담이 구조적 변수로 남아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CJCGV는 2020년 이후 영업손실 규모를 줄여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3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 시장이 소폭 살아난 것도 있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지속적인 비용 구조 개선 및 인력 효율화 등의 노력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그렇지만 가장 큰 흑자전환 이유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연결 편입 효과라고 할 수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계열사 매출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실적 확대 효과도 있었다.
올해 3분기에도 누적 매출 1조6083억 원, 영업이익 283억 원을 냈다. 다만 금융비용 부담이 커 순손실 1050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약 701%로 재무 부담도 큰 편이다.
정부가 함께 내놓은 중예산 영화 지원 정책은 제작 환경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영화 제작과 투자·배급을 주도하는 CJENM은 중예산 영화 지원 확대에 따라 제작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원 규모가 영화 제작 현실과 비교해 충분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 독립예술영화 지원 예산이 224억 원인데 제작비 규모가 더 큰 중예산 영화에 200억 원을 지원하면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OTT 부문도 정책에 포함됐다. 정부는 국내 제작사와 토종 OTT가 IP를 공동 보유하는 영상콘텐츠 제작 지원을 확대해 2026년 399억 원을 투입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글로벌 OTT와 경쟁에서 토종 OTT의 제작 기반을 보강하겠다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극장과 제작사, OTT 지원이 모두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콘텐츠 시장이 이미 자본의 싸움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OTT는 압도적 투자 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티빙의 실적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티빙은 2020년 CJENM에서 물적분할된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도 매출 988억 원, 영업손실 161억 원을 냈다. 현재는 4분기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책 지원이 존재하더라도 글로벌 OTT와 경쟁 속에서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구조 속에서 극장(CJCGV)과 OTT(CJENM)를 동시에 운영하는 CJ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극장 활성화에 힘쓰는 동시에 티빙의 웨이브와 합병 등 자구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은 OTT 중심으로 이동한 상황”이라며 “극장과 OTT를 살리는 정책이 글로벌 자본과 격차를 줄일 만큼 충분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