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글에서 선보인 새 인공지능 모델이 자체 설계 반도체를 기반으로 개발된 사실이 전해지며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맞춤형 반도체 상용화 노력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엔비디아 시장 지배력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구글의 자체 설계 '텐서 프로세서' 인공지능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이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엔비디아에 의존을 낮추는 데 확실한 성공 사례를 증명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뒤를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는데 비용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입지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30일 외신을 종합하면 구글과 아마존, 테슬라 등 기업의 맞춤형(ASIC) 반도체 시장이 앞으로는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제시된다.
생성형 AI 시장의 중심이 인공지능 모델 ‘학습’에서 실제 서비스 구현을 위한 ‘추론’ 작업으로 넘어가면서 맞춤형 반도체가 더 효과적 기술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미국 CNBC는 “빅테크 및 대형 클라우드 업체는 수익성을 고려할 때 ASIC 반도체가 장기적으로 유리한 대안”이라며 “인공지능 시장 성숙에 따른 변화”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는 맥가이버 칼, 추론용 맞춤형 반도체는 특정한 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도구와 같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엔비디아 주력 제품인 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는 학습과 추론 작업에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비용과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ASIC 반도체가 적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 초반부터 널리 알려졌던 이론이다. 그러나 최근 구글의 맞춤형 AI 반도체가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 해당 사실을 증명하는 역할을 했다.
구글은 최근 자체 설계한 맞춤형 인공지능 반도체로 개발된 ‘제미나이3’ 인공지능 모델을 선보였다. 오픈AI 등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연히 이는 구글의 반도체 설계 역량을 홍보하는 데 기여했고 엔비디아 제품이 생성형 AI 분야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을 퍼뜨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엔비디아는 그동안 인공지능 열풍에 가장 큰 수혜를 봤다”며 “투자자들은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적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믿음 아래 주가를 천문학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구글 맞춤형 반도체의 경쟁력이 부각될수록 엔비디아에 걸려 있던 투자자들의 기대도 낮아지면서 기업가치를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 ▲ 엔비디아 GB200 GPU 기반 인공지능 서버 홍보용 이미지. |
더구나 구글이 메타를 비롯한 외부 업체에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해 엔비디아 제품 수요를 직접 빼앗는 방안까지 추진하면서 비관론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메타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도 설계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와 xAI, 오픈AI 등 다른 빅테크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는 구글이 약 10년 전부터 맞춤형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온 만큼 다른 기업들은 구글과 같은 성과를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구글이 제미나이3 모델 출시를 계기로 확실한 성공 사례를 증명한 만큼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반도체 개발 및 상용화에 속도를 낼 중요한 동기가 생겼다.
아마존은 2015년부터 반도체 설계 기업을 인수하며 꾸준히 관련 역량을 키워 왔다. CNBC는 이르면 12월 중 아마존의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가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일부 데이터센터에 직접 설계한 AI 반도체를 적용했고 테슬라와 xAI는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AI4’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하고 있다.
메타와 오픈AI도 맞춤형 반도체 설계를 돕는 브로드컴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맞춤형 인공지능 반도체로 엔비디아에 의존을 낮추려는 노력에는 이미 화웨이와 캠브리콘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 중국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한 뒤 자국 내 설계 역량과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을 목표로 투자를 늘려 왔다.
중국 정부도 이를 핵심 정책으로 삼고 금전적 지원을 강화하며 가능성을 엿보고 있었다.
엔비디아 반도체 활용에 제약이 있었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과 맞먹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여 올해 초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던 중국 딥시크 AI 모델이 대표적 사례다.
구글이 이러한 딥시크 충격을 미국 빅테크 업계 전반에 확산시킬 수 있는 포문을 연 셈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구글 맞춤형 반도체가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할 선택지로 자리잡으려면 충분한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을 입증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고 바라봤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구글을 “특수한 사례”라고 평가하며 다른 기업들의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시도를 “단순하고 귀엽다”고 표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