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 매장 내부 입구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불러 들여 자랑한다.’
이마트24가 서울 성수동에 차린 첫 플래그십 매장 ‘트렌드랩 성수점’을 둘러 본 한줄 평이다.
27일 문을 연 트렌드랩 성수점은 북적이는 성수역 4번출구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매장 입구를 10~2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뷰티 브랜드 ‘어뮤즈’ 제품들과 패션 플랫폼 ‘W컨셉’ 아이템들로 채우고 있었다.
이곳 ‘브랜드 팝업존’에서는 어뮤즈의 ‘산리오’ 캐릭터를 새긴 틴트·쿠션 등 31종과 W컨셉의 겨울 시즌 패션 용품을 각각 최대 29%, 58% 할인 판매한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브랜드 팝업존에서 옷을 입고 장갑을 껴보는 등 직접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약 3개월 주기로 뷰티·패션·캐릭터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트렌디한 브랜드를 바꿔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편의점에서 볼 수 없었던 입고, 발라보고 구매하는 진풍경이 매장 입구부터 벌어지게 된 셈이다.
| ▲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 '이벤트존'에 진열된 캐릭터 협업 상품들. <비즈니스포스트> |
입구 쪽 왼편에는 브랜드 팝업존과 함께 매장 집객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벤트존’을 마련했다. 이 구역에는 10~30대가 좋아하는 차별화 신상품과 이마트24 상품기획자(MD)들의 실험적 트렌드 상품들을 모았다.
현재는 올해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기념해 협업했던 인기 모바일게임 ‘트릭컬 리바이브’의 단독 굿즈 18종을 판매하고 있다. 또 귀멸의 칼날, 스파이 패밀리, 짱구는 못말려 등 일본 애니메이션 IP 협업 굿즈 40여 종도 만나볼 수 있다.
트렌드랩 성수점은 10~30대 고객들을 핵심타깃으로 이마트24가 지향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비전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목적으로 기획됐다. 트렌드 중심지 성수에서 ‘1030 고객을 가장 잘 아는 편의점’으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런 만큼 IP 협업 상품들의 가성비가 돋보였다. 수만 원에 이르는 상품도 있긴 하지만 작은 피규어와 열쇠고리 등 4~5천 원대 가격에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굿즈들이 주를 이뤘다.
이벤트존 안쪽부터는 이마트24의 상품기획력을 쏟아 부은 상품들이 자리 잡았다. 현재 이마트24가 최근 ‘탕화쿵푸’, ‘응급실떡볶이’ 등 젠지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협업해 내놓은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은 상품개발자들이 매출 분석을 통해 고객 반응을 살펴보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수행한다.
| ▲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 ‘스타상품존’. <비즈니스포스트> |
매장 안쪽 끝에는 이마트24가 가장 공을 들여 개발한 인기 상품들을 모아 ‘스타상품존’을 구성했다. 신세계푸드와 협업한 ‘서울대빵’과 조선호텔 손종원 셰프를 비롯해 최현석, 여경래, 오스틴강 등 스타셰프와의 협업 상품과 매달 출시되는 스타상품을 이곳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다.
기존 편의점에도 있던 조리·취식 공간은 바를 마련하고 고객이 직접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즉석커피 5종, 과일 리얼 스무디 6종, 커피와 어울리는 베이커리 6종 등 3천 원대 이하 가격의 테이크아웃 가능한 메뉴를 운영한다. 특히 과일 컵을 사서 넣기만 하면 스무디를 만들어주는 기계가 눈에 띄었다.
편의점 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후발주자 이마트24는 매장수 축소와 적자를 이어가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진일 이마트24 대표이사는 6월 전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이마트 MD혁신담당을 지내다 예기치 않게 이마트24 수장에 올랐다. 노브랜드BM 기획·운영팀장, 그로서리본부 신선2담당 등을 역임한 그룹 내 ‘상품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최 대표는 최근 자체브랜드(PL) 강화와 상품 전면 재단장(리뉴얼), 차별화 신상품 출시 등을 통한 상품 경쟁력 강화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내년 한 해 동안 차별화 상품 600종을 출시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젊은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상품들을 꾸준히 출시해 ‘상품경쟁력 강화 → 점포매출 증대 → 상품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그 선봉에 트렌드랩 성수점이 나선다.
| ▲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 조리·취식 공간 '투-고 카페존'. <비즈니스포스트> |
다만 이마트24의 이번 매장은 약 100㎡(약 30평) 규모로 330㎡(100평)을 넘나드는 경쟁사 플래그십 매장과 비교하면 많이 왜소하다. 실제 규모로 압도하는 느낌이 덜할 뿐 아니라 기존 없던 것과 현재 주력 제품 등을 가득 채워 넣다 보니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번 매장은 ‘경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회사의 첫 걸음”이라며 “내년까지 각각 다른 콘셉트를 지닌 플래그십 매장 4곳을 추가로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 업계 1위를 다투는 GS25와 CU 국내 매장 수는 지난해 나란히 1만8천 개를 넘어섰지만 이마트24 매장 수는 현재 5700여 개에 그친다. 그마저도 감소세를 나타내는 형국이다.
이마트24의 플래그십 매장이 ‘핫플’ 성수에서 자체 상품기획력을 널리 알리며 부족한 고객 접점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 대표는 “‘트렌드랩 성수점’은 이마트24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압축해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이곳에서 매월 가장 먼저 신상품을 선보이고, 정기적으로 트렌디한 브랜드를 소개함으로써 이마트24가 ‘가장 트렌디하고 힙한 편의점’이자 ‘1030세대를 가장 잘 아는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킬 것”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