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 교육부장관의 대학 구조조정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교육계의 반대 때문이 아니다. 애꿎게도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 밀어붙이고 있는 공공기관 개혁 드라이브의 불똥이 튀었다.
▲ 서남수 교육부 장관 |
17일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 장관은 대학 평가를 전담할 한국고등교육평가원(가칭)을 신설할 계획을 추진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심해 사실상 무산됐다. 서 장관은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대학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신력있는 독립 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은 최근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서 장관이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였던 2005년 추진했던 적이 있다. 당시 서남수 차관보는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전담기구인 고등교육평가원을 설립, 기업이나 학생 등 교육수요자의 평가 참여를 유도하고 평가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 장관은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되고 2007년 또 다시 평가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대학들의 반대로 연거푸 계획이 무산됐다.
서 장관은 지난해 장관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대학에 대한)질적인 평가기준을 확립하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을 재추진했다. 당시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많았다. 서 장관이 교육관료 출신의 첫 교육부 장관인 데다 대학교육에 대한 뚜렷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대학교육개혁은 시작부터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공공기관 개혁 드라이브다.
현 경제부총리는 유례없이 강한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규모가 5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커다란 국가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공기관 개혁은 올해도 현 부총리의 주된 화두다. 그는 "반드시 공공기관 정상화를 달성하려고 한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부채 감축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기관장은 과감히 교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렇게 현 부총리가 공공기관 개혁을 몰아부치고 있는 마당에 서 장관이 새로운 공공기관을 만들자고 내놓고 추진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대학 평가기관 설립은 지금으로서는 또다시 무산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대학 평가기관 설립은 어려워 보이지만, 서 장관이 대학 구조조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대학 구조조정은 진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서 장관은 대학 평가기관을 별도로 설립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대학 평가 업무를 관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평가단을 만들어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운영하도록 하고, 평가결과는 교육부 산하 자문기구인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 심의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대학 기관인증평가를 주관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기능은 대폭 축소된다. 대교협은 대학들의 협의체로서, 이명박 정부 때 대학 기관인증평가 기관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교육부 내에는 대교협의 평가가 객관성과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고 우려하는 시선이 강하다.
대교협은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에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교협 관계자는 “교육부가 그간 대학 인증평가를 진행해 온 노하우를 가진 대교협과 협력해 대학 평가를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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