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은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이수엑사켐을 지주회사 상단에 올려 그룹 전체를 지배해 왔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이수그룹은 오너 2세인
김상범 회장이 지주회사인 이수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핵심 계열사인 이수화학,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이수시스템, 이수AMC 등이 이수의 종속기업으로 돼 있다.
이어 그룹의 모체인 이수화학이 이수건설, 이수앱지스, 한가람포닉스를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지주회사인 이수의 지분구조를 보면, 이수엑사켐이 73.44%,
김상범 회장이 26.56%를 갖고 있다.
이수엑사켐은
김상범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다. 이수화학 등이 생산한 석유화학 및 정밀화학 제품의 무역과 유통을 오랫동안 담당해 왔다.
이 같은 ‘옥상옥’ 지배구조는
김상범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2000년 이후 이수그룹을 개인 지배체제로 구축하기 위한 오랜 사전작업의 결과다. 내부거래 구조를 통해 계열사들의 이익을 본인과 지주회사에게로 손쉽게 이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추후 이수엑사켐을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수엑사켐의 지분을 자녀들에게 단계적으로 물려줌으로써 지주회사 이수에 대한 자녀들의 지배력을 늘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수엑사켐은 이수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옥상옥 구조를 통해
김상범 회장 일가의 지배력을 극대화하고 △내부거래를 통해
김상범 회장의 부를 늘리는 이중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다만 이수엑사켐은 2024년 1월 화학제품 유통·판매 부문을 인적분할해 4월 이수스페셜티케미컬에 합병시켰다. 존속법인에는 이수 등 주요 계열사 주식 등 투자자산만 남겼다.
이는 이수엑사켐으로 이어지는 내부거래 구조가 끊어지고 이수엑사켐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만 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이수그룹은 이수엑사켐과 이수 등 두 개의 지주회사를 가지고 있는 다소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됐다. 업계에서는 이수엑사켐을 통한 내부거래도 사실상 종결된 만큼 두 회사를 합병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김 회장 입장에서는 두 아들(김세민·김세현)의 승계 작업에 이수엑사켐을 활용하는 최적의 방안을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김세민씨는 지주회사인 이수에서 사업총괄기획실장(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세현씨는 아직 이수그룹에서 일하지 않고 있다.
씨저널은 이수엑사켐과 이수의 합병 계획이 있는지 이수 쪽에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 지주회사 이수가 사실상 김상범 개인회사 된 과정
김상범 회장은 1992년 설립된 윤활유업체 아이엠에스를 직접 인수해 1996년 이수그룹에 편입시켰다. 이어 2001년 석유화학제품 판매업체 이수엑사켐(당시 엑사켐)을 100% 개인회사로 설립했다
이수그룹은 2003년 지주회사 전환을 목적으로 이수건설의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이수를 설립했다. 이후 유상감자, 현물출자, 이수건설-이수 간 지분 맞교환 등을 거쳤다. 당시 김 회장은 이수건설-이수 간 지분 맞교환에 참여하면서 이수건설 지분을 모두 내주고 이수 지분을 확보했다.
그 결과 2003년 말 이수의 지분구조는
김상범 회장 79.7%, 아이엠에스 11.4%, 이수엑사켐 8.9%로 정립됐다.
이수는 2004년 1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출범했고, 2005년에는 이수엑사켐이 아이엠에스를 흡수합병했다. 이어 이수는 2009년 이수엑사켐을 대상으로 출자전환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이수의 최대주주는 이수엑사켐으로 바뀌었다. 지주회사의 지배력이 김 회장의 개인회사인 이수엑사켐으로 귀속됐고, 내부거래를 통해 김 회장의 부를 늘리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후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의 제품을 매입해 외부에 판매하는 내부거래(터널링)을 통해 수익이 크게 늘었다.
2023년의 경우 이수엑사켐의 매출원가 3439억 원 중 이수화학·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수·이수시스템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매입한 금액은 1874억 원(54.5%)에 달했다.
◆ 김상범은 누구?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은 1961년 고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1920~2007)의 3남2녀 중 3남으로 태어났다.
김준성 명예회장은 대구은행·제일은행·외환은행 은행장과 한국은행 총재,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금융인 및 관료 출신이다. 1995년 이수화학을 인수하고, 1996년 동림산업, 이수전자, 이수유통을 통합해 이수그룹을 출범시켰다.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와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학 중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딸인 김선정 전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만나 1987년 결혼했다. 이후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1993년 대우그룹에 입사해 국제법무실장을 지냈다.
1995년 부친이 이수화학을 인수하자 1995년부터 1996년까지 이수화학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수그룹 출범 이후 1999년까지 이수그룹 부회장을 지내다, 부친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자 2000년 1월 이수그룹 회장이 됐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