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11-13 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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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을 대한민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과감한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나섰다.
12·3 내란의 혼란을 극복한 만큼 이제는 경제 체질을 바꿔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되돌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조개혁은 ‘노동시장 개혁’, ‘한계기업 퇴출’ 등 대수술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구체적 계획과 실행 의지가 더 없이 중요해 보인다.
▲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국정설명회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한민국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하락세를 보였던 경제성장률을 반등시킨 지금이 잠재성장률도 높일 수 있는 적기라며 정부의 정책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회복 불씨가 켜진 지금이 구조개혁의 적기”라며 “내년이 본격적 구조개혁을 통한 국가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를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은 국가가 자본, 노동, 생산성 등 모든 생산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여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6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2%를 기록하다 2025년 처음으로 1.9%로 하락했다. 잠재성장률이 1%대를 기록했다는 것은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져 2%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에게 △거시경제·민생안정 △성장동력 확충 △양극화 구조 극복 △지속성장 기반 확충 등 네 가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보고했다.
그러나 2026년도 경제성장 전략을 살펴보면 AI(인공지능) 대전환, 방산강국 도약, 산업안전 투자 확대 등 그동안 이재명 정부가 강조했던 경제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테면 잠재성장률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생산성 문제,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한계기업 퇴출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 방안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먼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1일 발간한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는 생산성 둔화에 주로 기인하여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유연성 확보는 오랫동안 지적돼 온 과제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정부는 ‘정년 연장’을 주요 현안으로 보고 있는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정년을 만 65세로 늘리는 법률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연장이 노조의 요구대로 기업의 노동비용을 일방적으로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면 청년 고용이 더욱 줄어들고 우리 경제의 ‘고용 경직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 김대일 서울대 교수와 공동 연구로 발간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 근로 방안’에서 “임금 체계와 고용 경직성을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하면 과거처럼 청년 고용 위축, 조기퇴직 증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 9월 청년 타운홀 미팅에서 기업들이 청년 신규 채용을 꺼리는 배경을 두고 “노조 이슈가 있다”며 “고용 유연성이 확보가 안 되니까 필요할 때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뽑거나 아예 (직무) 전환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스로 생존하거나 성장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일도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될 과제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12일 공개한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나’ 보고서에서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위기를 거치며 성장 추세가 구조적으로 둔화했는데 대부분 민간 소비·투자 위축에 기인한다”며 “민간 투자 둔화는 위기에서 한계기업 퇴출이 지연되는 등 '정화 효과'가 작동하지 않아 기업 역동성이 장기간 회복하지 못하는 ‘이력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이어 “경제의 구조적 성장 둔화를 완화하려면 금융을 지원하더라도 기업의 원활한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 혁신·역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이 대통령이 강조한 ‘잠재성장률 반등’이 구호로 그치지 않고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결국 노조와 기업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돌파해야 하는 셈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 연구부장은 11일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내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1.5∼1.8%로 추정하는데 내년 성장률 전망은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경기부양책만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기 때문에 구조적인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자리, 노동시간, 정년 문제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며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가 상호존중과 상생의 정신으로 국가적인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