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운데)가 10월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경기에 참석해 뒤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메타가 올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자본지출(CAPEX)을 내년엔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투자자 사이에 우려가 퍼지고 있다.
메타는 AI 인프라 투자 경쟁을 벌이는 다른 빅테크와 달리 클라우드와 같은 확실한 수익 모델이 불분명한데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선구안이 들어맞을지 관심이 모인다.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알파벳(구글 모기업) 등 AI 기반 클라우드 사업을 벌이는 기업과 달리 광고 수익에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어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둘러싸고 투자자들 사이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10월29일 진행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라고 말했다.
메타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AI 인프라를 대거 증설해 올해 자본지출이 720억 달러(약 104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자체 전망치를 내놨다.
이는 MS나 알파벳 등 다른 빅테크가 진행하는 투자 규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MS ‘애저’나 구글클라우드 등 다른 빅테크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외부 AI 기업사용자를 대거 유치하며 수익성을 입증했다.
이를테면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최근 MS나 아마존과 클라우드 사용을 위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오픈AI는 이번 달 3일 아마존과 38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의 신규 클라우드 사용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클라우드 서비스는 빅테크에게 AI 인프라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메타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사업을 따로 벌이지 않아 기업 광고와 소비자 대상 사업으로만 수익을 내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앱과 광고 제품군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저커버그 CEO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 광고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벌이는 ‘다른 길’을 걷자 투자자 사이에서 우려가 커진 셈이다.
자산운용사 스레드니들인베스트먼트의 티파니 웨이드 선임 총괄은 블룸버그를 통해 “메타가 메타버스에 과도하게 지출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 중국 베이징에서 2022년 9월2일 열린 국제 서비스 무역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아마존클라우드서비스(AWS)가 차린 부스 앞에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마크 저커버그 CEO는 2021년 10월 메타버스에서 회사의 미래를 찾겠다며 회사 이름과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신사업에 1천억 달러(약 145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실제 관련 부서인 리얼리티랩스도 설립하고 매년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리얼리티랩스는 최근에 와서야 겨우 스마트글라스 판매 호조로 초기 성과를 확인하는 단계에 들어섰을 뿐이다.
AI 사업도 투자한 뒤 수년이 지난 뒤에나 수익을 낸 메타버스와 비슷한 전철을 밞을 수 있다는 투자자 우려가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는 “저커버그 CEO는 AI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며 “지출은 계속 증가하는데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아 투자자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메타는 올해 3분기에 지난해보다 26% 증가한 512억4천만 달러(약 74조 원)의 매출을 거뒀다.
그러나 10월31일 실적 발표를 한 뒤 메타 주가는 과도한 자본투자 우려로 4거래일 연속 내리막을 걷다 5일에 와서야 소폭 반등했다.
다양한 수익원을 갖추지 않고 AI에 대거 투자하는 저커버그 CEO의 선택에 시장이 부정적 시각을 보낸다는 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요컨대 저커버그 CEO가 메타버스에 이어 AI를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수익화에 성공할지 아직 미지수라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투자은행 BNP파리바의 스테판 슬로윈스키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메타는 AI 수익화 모델 다각화가 부족하다”며 “메타버스라는 전략 실수를 저질렀던 적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