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10-27 15: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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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빗썸 실소유주 이정훈 빗썸에이 대표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지만 빗썸 기업공개(IPO)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빗썸은 코인 대여 서비스, 해외 오더북(호가창) 공유 등으로 최근 금융감독원 현장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그런데 해외 자금세탁 연루 의혹이 가세하면서 금융당국의 ‘예의주시’ 대상이 됐다.
▲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 인적분할 회사 빗썸에이 대표로 경영일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빗썸 IPO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빗썸>
이 대표가 여러 파고를 잠재우고 다시 IPO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가상화폐 시장 안팎 관심이 쏠린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빗썸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캄보디아의 후이원그룹과 145억 원 규모 가상자산(코인)을 거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후이원그룹은 고객신원확인(KYC)을 하지 않는 가상자산거래소 ‘후이원크립토’를 운영하며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와 최근 화두에 오른 캄보디아 프린스그룹 등 동남아 사기 조직의 범죄수익 세탁처로 지목된 바 있다.
빗썸은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 수사국 발표를 근거로 5월2일부터 후이원 거래소와 관련된 모든 가상자산 입출금을 차단했다”며 “글로벌 규제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입출금을 차단한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빗썸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위험 거래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금융당국의 요청이나 사고 등 명확한 사유 없이 거래소가 임의로 가상자산 입출금을 제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빗썸이 후이원 거래뿐 아니라 다른 감독 리스크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빗썸이 추진해 오던 IPO 사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빗썸은 2023년 “2025년을 목표로 IPO를 추진한다”고 밝히고 지금까지 진행을 이어오고 있다.
다소 일정이 지연됐지만 올해 8월 빗썸에이라는 이름의 별도 법인을 인적분할하고, 빗썸에서 대규모 인력조정과 인재 영입을 단행하는 등 IPO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였다. 빗썸에이는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을 제외한 투자사업 등 신사업 및 지주사업을 담당한다.
그리고 ‘빗썸 실소유주’이자 오너로 알려진 이정훈 빗썸 전 이사회 의장이 직접 빗썸에이 대표를 맡는다고 알려지며 가상자산업계 안팎에서는 IPO 계획이 구체화했다고 알려졌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경영일선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은둔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빗썸에이 대표로 등장하며 빗썸 IPO의 주요 걸림돌로 꼽힌 ‘불명확한 지배구조’ 의혹을 떨치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됐다.
또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감독 리스크와 상장 지연 우려가 커지며 창업자가 직접 구심력 회복에 나섰다고 바라봤다.
빗썸은 이번 해외 자금세탁 연루 의혹 전부터 금융당국의 눈총을 받았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빗썸을 상대로 해외 거래소와의 오더북(호가창) 공유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점검하는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7일 마무리 예정이던 조사는 31일까지로 연장됐다고 알려졌다.
오더북은 투자자의 매수·매도 주문 정보를 모아 놓은 데이터를 말한다. 거래소 사이 오더북이 공유되면 유동성이 확대되는 장점이 있지만 오가는 과정에서 고객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분류된다.
빗썸은 9월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마켓을 개설하면서 호주 가상자산거래소 ‘스텔라’와 오더북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빗썸이 상대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고객신원확인(KYC) 시스템을 충분히 검증했는지를 집중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오더북 공유 자체가 아니라 상대 거래소인 스텔라가 해외 조세회피처와 연관된 영세 거래소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며 “빗썸이 사전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 시장 안팎에서는 빗썸이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마찰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이와 별개로 빗썸은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운영 문제로도 감독당국 주시를 받아 왔다.
앞서 현행법상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관련 규율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빗썸을 포함한 일부 거래소가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와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닥사, DAXA)는 8월18일 행정지도로 코인 대여 서비스 잠정 중단을 요청했다. 그리고 9월5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빗썸은 이후 지침에 맞춰 서비스를 조정했으나 행정지도 시점에는 중단하지 않았다. 감독당국이 이 사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주의 깊게 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9월30일 이찬진 금감원장과 가상자산사업자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빗썸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자율로 돼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이상거래탐지(FDS) 시스템 제도권 편입을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 반드시 반영하겠다”고 말하며 가상자산거래소 감독 기조 강화를 시사했다. 빗썸에게는 또하나의 난관이다.
이정훈 대표가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빗썸 신뢰도가 낮아지거나 감독 리스크가 커지면 상장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후이원 관련 이슈뿐 아니라 해외 거래소 오더북 공유 등 최근 여러 악재가 기업 가치평가에 영향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는 IPO 추진 과정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