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 연말 임원인사가 예년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 전문경영인 부회장이 등장할지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그룹에서 공로에 대한 보상은 급여나 성과급 등 다른 방식으로 하면서 부회장 승진은 제한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들린다.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인사체계를 전략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이 최근 대외적으로 “기업이 외부 충격에 적시 대응하지 못하면 ‘서든 데스(Sudden Death)’를 맞을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퍼지고 있는 듯 하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 조직쇄신을 상징할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할지 시선이 몰리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은 11월 둘째 주에 열리는 CEO 세미나를 하고 나서 인사를 발표해왔다”며 “올해는 그보다 전에 인사가 나고 새로 부임된 CEO가 함께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용 반도체 호황에 SK하이닉스 곽노정·SK스퀘어 한명진 주목
이번 인사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와
한명진 SK스퀘어 대표이사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그룹 실적을 사실상 홀로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를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올해 2분기는 매출 22조2320억 원, 영업이익 9조212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 68.5% 증가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곽노정 대표는 2013년 최초 개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고도화를 주도해 엔비디아 최대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핵심 전략 설계자로 평가된다.
1994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지금까지 SK하이닉스 공정기술실 개발연구원, 제조 및 기술담당 부사장, 안전개발제조총괄 사장 등을 역임했다.
한명진 SK스퀘어 대표는 지난해 취임한 뒤 비주력 사업 정리와 사업제휴 확대 등으로 ‘리밸런싱’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성장세에 발맞춰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4월에도 미국과 일본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1천억 원가량의 투자를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8094억 원, 영업이익 3조534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3배가량 늘었다.
이 밖에도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과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AI기반 통신전략을 이끌며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으로서 AI 성장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유심해킹 사태로 인한 고객 신뢰 하락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2021년 회사가 SK스퀘어로부터 인적분할된 시기에 대표를 맡아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배터리 회사인 SK온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리밸런싱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2023년 SK 대표이사에 선임됐다가 올해 5월 SK이노베이션으로 옮겼다.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소재 중심으로 회사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출신으로 SK 재무1실을 거쳐 SKE&S 재무부문장을 맡다가 지난해 승진했다.
◆ 부회장단 퇴진과 ‘젊은 피’ 중심으로 변화
2023년까지 SK그룹의 경영 전면에는 최종현 명예회장 시절부터 활동한 4명의 부회장단이 있었다. 이들은 그룹의 중추로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핵심 의사결정을 이끌었다.
2023년을 기점으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수펙스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7년 만에 대규모 인사개편이 단행됐다.
이 시기 조대식 전 수펙스 의장과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김준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동현 SK에코플렌트 부회장은 경영 1선에서 물러나 2선에서 자문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장동현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퇴임하며 사실상 ‘부회장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조대식 전 의장은 2007년 SK 재무담당으로 입사한 뒤 SK대표이사 사장과 SK바이오팜 대표를 지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가장 오랜기간 수펙스를 이끌며
최태원 회장의 핵심 전략 참모로 활동했다. 당시 가장 많은 계열사에서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김준 전 부회장은 석유화학 사업 기반으로 SK이노베이션을 성장시켰다.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출신으로 SK에너지와 SK네트웍스, SK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SK물류실 등을 거쳐 SK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 총괄사장으로 선임된 뒤 2021년 부회장에 승진했다.
박정호 전 부회장은 SK텔레콤을 비롯한 ICT 계열사의 기틀을 다졌다. 2011년 SK텔레콤 사업개발 실장으로 SK하이닉스 인수의 실무를 주도하기도 했다.
1989년 선경그룹(현 SK)에 입사해 SKC&C,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ICT 계열사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장동현 부회장은 SK 대표이사를 맡다 2023년부터 SK에코플랜트로 이동해 사업재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출신으로 2015년 SK텔레콤 대표이사, 2017년 SK 대표이사를 지냈다. SK가 투자전문회사로 거듭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회장단의 대거 퇴진과 함께 SK그룹은 부회장급 직책을 최소화하며 50대 젊은 CEO를 전면에 내세우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