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식 환인제약 대표이사 회장과 이행명 명인제약 대표이사 회장은 닮은 듯 다른 경영행보로 제약업계 맞수로서 주목 받아왔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이광식 환인제약 대표이사 회장과
이행명 명인제약 대표이사 회장은 중추신경계 전문 제약회사를 이끌면서 선두주자 자리를 두고 경쟁해왔다.
두 회장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데다가 나이대도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지배구조와 승계전략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왔다.
◆ 이광식과 이행명, 비슷한 출발점과 관심 사업분야
이광식 회장은 1947년 11월5일 대전에서 태어나 1964년 전북 익산 남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0년 서울대학교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1977년에는 같은 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 종근당에 입사한 뒤 1978년 31세의 이른 나이에 '환인제약소'를 인수하고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독자적 길을 걸었다.
한편
이행명 회장도 1949년생으로
이광식 회장과 연배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종근당에 몸담으며 제약업계 발을 내딛었다. 그 역시 30대 때 명인제약을 창업해 홀로서기를 했다.
두 회장은 경영을 꾸려나가면서 중추신경계 약품(CNS)에 모두 주목했다.
환인제약의 경우 리페리돈, 쿠에타핀 등 정신신경용제 중심으로 성장해 전체 매출 가운데 CNS 비중이 80% 가량을 차지한다.
명인제약은 중추신경계 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200여종의 CNS 전문의약품과 단독의약품 31종을 보유하게 됐다.
두 회사는 중추신경계 약품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시장은 장기복용,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고, 환자가 기존에 처방받은 약물을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은 특징을 보여 신규 업체의 시장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환인제약과 명인제약은 시장점유율 수치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라이벌 구도가 형성돼 있다.
명인제약은 자사가 2023년부터 2년 연속 국내 CNS 시장점유율 1위라고 주장했지만 환인제약은 2022~2024년 내내 1위 지위를 지켜왔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명인제약이 공개한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IQVIA)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는 환인제약이 5.31%로 명인제약(5.21%)을 앞섰지만, 2023년 명인제약이 5.58%로 환인제약(5.19%)을 역전했고 2024년에는 점유율을 5.82%로 높이며 환인제약(5.44%)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인제약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와 제휴를 통해 판매하는 오리지널 상품까지 합산하면 환인제약이 명인제약보다 앞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 지배구조에서 차이를 보이는 두 사람
이광식 회장과
이행명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지배구조 부문에서 뚜렷하게 차이를 나타낸다.
환인제약 오너일가는
이광식 회장과 19.6%와 아들 이원범 환인제약 대표이사 사장 3.27%을 보유해 모두 22.87%만을 확보하고 있어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명인제약은
이행명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73.81%로 공고한 지배력을 지녔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광식 회장은 이런 약한 지배력 때문에 과거 2006~2009년 외국계 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경험한 아픈 기억도 있다. 환인제약이 자사주를 12.54% 보유한 것도 이런 경영권 위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이광식 회장이 7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로서 주도적 영향력을 보여 왔던 것도 환인제약의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아들 이원범 환인제약 대표이사 사장에게 넘겨주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특히 올해 10월 말 환인제약 10%의 지분을 이원범 사장에게 넘길 것으로 계획하고 있어 지분 승계까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반면
이행명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하면서 유한양행식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이광식 회장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따른 전문경영 체제는 경영전반에 대한 전문지식을 보유한 경영자가 체계적이고 객관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성을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오너일가가 승계를 하는 체제가 반드시 소유와 경영의 분리보다 문제가 된다는 법은 없다. 경영진이 주인의식을 갖고 장기적 안목으로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창업주 일가가 의결권을 20% 이상 소유한 가족기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비가족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가족기업은 분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장기적 수익성이 더 뛰어나다"고 짚었다.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보이는 중추신경계 맞수 환인제약과 명인제약이 앞으로 어떤 선의의 경쟁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