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봐야하는지를 놓고, 고려아연과 영풍이 또다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영풍 스스로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지위를 사실상 MBK에 헌납했다”며 “경영협력 계약의 상세 내용과 진실을 주주와 국민 앞에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고려아연과 영풍이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봐야하는지를 놓고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지난해 9월13일 공개된 MBK·영풍 연합의 경영협력 계약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이사회 구성에서 영풍보다 1명 많은 이사를 추천할 수 있으며, 양측 합산 지분율에 해당하는 의결권도 MBK파트너스가 ‘50%+1주’만큼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향후 MBK파트너스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동반 매각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은 이 과정에서 MBK가 영풍 소유의 고려아연 주식을 '헐값'에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는 등 불투명한 경영협력 계약 내용을 두고 온갖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3년 연속 적자 상태인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헐값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게 사실이라면, 이를 실행한 당시 영풍 이사회는 배임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현 경영진과 이사회가 반대하는 인수합병 시도’라는 점을 근거로 MBK·영풍 연합의 경영권 인수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로 규정했다.
영풍 측은 이에 즉각 반박하며, 고려아연 기존 경영진이 최대주주인 영풍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30일 낸 입장문을 통해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영풍이 MBK파트너스에 대주주 지위를 헌납했고,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또 다시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한 적이 없으며, MBK 측과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게 요지다.
영풍 측은 “책임있는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장기적 안정·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며 “MBK파트너스와 협력한 이유는 단 하나, 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지키키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상호교환을 통해 지분가치를 16% 가량 희석시켰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침해당했다고 영풍 측은 주장했다.
또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한 것을 영풍의 권리를 침해한 사례로 들었다.
고려아연 측이 공개를 요구한 MBK·영풍 연합의 경영협력계약은 이미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풍 측은 “논란의 본질은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외국자본의 침탈이 아니다”며 “문제의 핵심은 소수주주에 불과한 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동원하고, 법의 취지를 무시한 편법적 지배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존 고려아연 경영진이 결정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5600억 원 투자 결정, 미국 이그니오홀딩스 5800억 원 인수 등은 회사의 중대한 손실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