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 청소년의 투표권을 놓고 정치권에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바른정당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안전행정위원회 소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전체회의에서 상정도 안 됐는데 국회 관행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요구했다.
야권은 선거권이 주어지는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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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황영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9일 만장일치로 통과하면서 개정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듯했지만 11일 전체회의 상정이 미뤄지며 제동이 걸렸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선거법처럼 민감한 사안은 여야 합의처리가 원칙”이라며 여야 간사 등 원내지도부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한 법 개정은 2월 임시국회에서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의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은 당초 선거연령 하향을 당론으로 발표했다가 불과 하루 만에 철회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행위 소속인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도 법안심사소위에서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전체회의에서 상정보류에 뜻을 같이했다.
황 의원은 “만 18세면 정치의식이 충분히 성숙해 투표를 감당할 만한 연령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야가 뜻을 모아햐 한다는 절차적 합리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당초 1월 임시국회가 열리는대로 선거연령 하향 논의에 들어가 4월 전까지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선거연령 하향은 조기대선의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면 유권자 62만여 명이 새로 선거권을 얻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57만 표 차이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불과 39만 표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한 만큼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선거연령 개정에 반대입장을 고수할 경우 바른정당이 키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안전행정위원회는 민주당 9명, 새누리당 7명, 국민의당 3명, 바른정당 3명으로 구성됐다. 전체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는데 바른정당의 선택이 중요하다.
본회의 역시 법안 단독처리 요건인 200석을 채우려면 바른정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바른정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선거연령 하향을 당의 최우선 입법과제로 꼽고 있다. 반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하향 조정에 찬성하면서도 우선 학제를 개편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교생이 투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은 창당과 동시에 ‘개혁입법’을 강조해왔는데 선거연령 하향이 각당의 개혁입법 의지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의견은 반반으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34개국 중 유일하게 만 19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주고 있다. 북한도 선거연령이 만 17세 이상이고 오스트리아 등 6개국은 만 16세 이상이다.
조배숙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권리와 의무가 함께 해야 하는데 병역의무는 만 18세 이상부터 주면서 투표권을 이제야 주는 것은 늦은 것”이라며 “이를 반대하는 정당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는 만큼 바른정당의 반성을 촉구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