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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
너무나 닮았다. 청문회 의원들의 맹공에 흔들림이 없는 태도부터 모르쇠로 일관하며 법망을 빠져나가는 말솜씨까지.
법률기술자라는 공통점 때문일까? 박근혜 정부를 지탱해온 이들이기에 그래서 더욱 절망감도 든다.
조윤선 장관은 최순실 국조특위의 마지막 청문회가 9일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에 ‘모르쇠’로 일관하다가도 정작 해명이 필요하다 싶은 대목에서는 청산유수처럼 의견을 피력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 가운데는 ‘조윤선은 무슨 짓을 벌이고도 무죄받을 법한 여자다. 여자 김기춘, 여자 우병우’라는 댓글도 있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그리고 조 장관이 사실상 ‘아바타’라는 것이다.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 조 장관은 7차까지 진행된 이번 최순실 청문회에서 자타공인 ‘모르쇠 3인방’으로 손색이 없다.
우 전 수석과 조 장관은 청와대 근무 시절 김 전 실장을 직속상관으로 모셨다. 그래서인지 세 사람은 이번 청문회 태도가 유달리 닮아 보였다.
세 사람은 모두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는데 한결같이 여야 의원들의 십자포화 같은 질문에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평정심을 청문회 내내 유지했다. 청문회장의 증인은 검찰수사 여하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는데도 주눅들거나 위축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질문하던 의원들이 세 사람의 이런 태도에 질려 역정을 내거나 호통을 치기 일쑤였다.
이들은 또 법률가 출신답게 해박한 법률지식을 무기로 민감한 질문에는 교묘하게 빠져 나가는 기술도 남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을 바라보는 이들의 인식에서도 ‘공통분모’를 확인할 수 있다.
12월 22일 5차 청문회에서 우 전 수석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 대통령을 존경하느냐”고 묻자 “존경한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를 묻자 “민정수석이 된 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며 항상 하신 말씀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야 한다’였는데 그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철저한 분’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9일 청문회에서 “이런 일과 관련 없이 저에게 하셨던 말씀과 생각을 바탕으로 봤을 때 굉장히 좋은 생각들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의 경우 두 사람보다 대통령에 대한 ‘흠모’의 강도가 더 세다고 볼 수 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청와대 기자단 송년회에서 “우리 대통령이 차밍(매력적)하고 디그니티(위엄) 있고 엘레강스(우아)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안민석 의원이 7일 2차 청문회에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김 전 실장은 “그 당시에는 그렇다고 생각했다”고만 대답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을 더 꼽자면 우리나라 최고학부(서울대)를 졸업한 뒤 출세의 탄탄대로를 달리면서 권력의 핵심부에서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많은 국민들이 오늘날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듯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국정파탄과 국격추락이다.
솔직히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세 사람은 청문회에서 ‘속내’를 털어놓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을 망가뜨린 데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아무 잘못도 없고 그저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여기고 있을까, 아니면 어서 빨리 ‘소나기’만 지나가길 기다리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을까.
정말이지 ‘그것이 알고 싶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