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아들 김준영 팬오션 투자기획팀 책임에게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지으면서 재계에서는 딸들에게 아무것도 물려주지 않는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아들 김준영 팬오션 투자기획팀 책임으로 경영권 승계의 막바지 작업을 남겨두고 있다.
김준영 책임은 하림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올품(5.78%)과 그 자회사 한국바이오텍(16.69%) 및 에코캐피탈(0.24%)를 통해 하림지주 지분을 도합 22.71% 확보해 사실상 하림그룹 지배력을 쥐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김홍국 회장이 지닌 나머지 하림지주 지분 21.1%를 넘겨받는 작업뿐이다.
김홍국 회장은 김준영 책임 외에도 자녀로 장녀 김주영 하림지주 전략기획2팀장과 차녀 김현영씨, 삼녀 김지영씨를 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홍국 회장이 딸들에게 하림그룹의 계열사 일부를 전혀 떼어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후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남겨두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 김홍국 세 딸의 경영참여와 지분 현황
김홍국 회장의 장녀 김주영 하림지주 전략기획2팀장 상무는 1988년생으로 2015년 하림지주 기획팀에 입사해 현재는 하림펫푸드 등기이사도 겸임하면서 경영참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홍국 회장과 함께 더미식 브랜드에 참여하면서 경영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
김주영 상무의 활발한 경영참여와 달리 지분현황은 매우 초라하다. 김 상무는 하림지주 주식을 4381주 들고 있어 전체 지분율로는 0%대로 미미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홍국 회장의 차녀 김현영씨와 막내딸 김지영씨도 2024년 지주사 하림지주에 입사해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이 기존 식품기업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전환과 유통 및 플랫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국면에서 두 딸이 신규 플랫폼을 맡았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하림그룹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신사업을 두 딸에게 기획부터 운영까지 실질적 총괄 역할을 맡겼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현영씨와 김지영씨가 보유한 하림지주 지분은 도드라지지 않는다.
김현영씨는 언니인 김주영 팀장과 마찬가지로 하림지주 주식 4381주를 들고 있고, 막내딸 김지영씨는 하림지주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통업계에서는 김준영 책임이 이미 올품을 통해 하림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사실상 아들 중심으로 승계를 마친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한국 상속법상 특정 자녀에게 과도한 증여 또는 유증이 이뤄져 실제 상속분이 줄어들면 나머지 자녀가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는 유류분 제도가 있어 하림그룹의 미래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홍국 회장이 1957년생으로 아직 경영일선에서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나이지만 향후 상속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 GC녹십자·BYC 등 재계를 흔드는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
유류분 반환 청구 제도로 홍역을 앓은 대기업집단으로는 GC녹십자, BYC가 꼽힌다.
예비적 청구는 주된 청구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대비해 2차적으로 준비하는 청구를 말한다.
BYC의 경우 고 한영대 전 BYC 창업회장의 유산을 둘러싸고 유류분 분쟁이 생긴 대표적 사례다.
한 전 회장의 배우자와 장녀는 차남 한석범 회장과 삼남 한기성 한흥물산 대표가 법정상속분보다 많은 상속재산(특별수익)을 받은 만큼 상속법상 보장된 자신들의 몫(1천억 원 규모)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BYC의 경우 재판부가 올해 초 화해를 권고했지만 한석범 회장과 한기성 대표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현재 송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허성수 전 GC녹십자 부사장의 사례는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통해 상속재산의 일부를 되돌려 받은 사례로 꼽힌다.
허 전 부사장은 아버지 고 허영섭 회장이 자신에게 지분을 넘겨주지 않고 생전에 공익재단과 녹십자홀딩스 등에 주식 30만 주를 기부하자 승계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면서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일부 승소해 지분을 돌려받았지만 경영권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각 사안별로 구체적 사실관계는 법정에서 다퉈지는 것이지만 특정 자녀나 단체가 상속재산을 많이 받는 구조에서 갈등이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도 앞으로
김홍국 회장과 자녀 사이 재산을 둘러싸고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분쟁이 일어날 불씨가 남게 된다는 것이다.
김승현 법무법인 선인 변호사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법정상속비율과 다르게 한 자녀에게 편중되게 재산을 물려줄 경우 소외된 자녀가 유류분 청구를 하게 되면 가액배상 또는 지분양도 등의 판결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대기업 집단을 꾸려가는 오너일가의 경우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사전에 재산승계와 관련해 합의를 이루는 게 경영안정성 측면에서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