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6-27 16: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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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유비케어가 GC녹십자그룹 품에 안긴 지 5년이 흘렀지만 서비스 고도화 등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가 화수분처럼 밀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유비케어를 보유하고 있는 GC케어로서는 자체 사업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유비케어가 GC녹십자그룹 품에 안긴 지 5년이 흘렀지만 서비스 고도화 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데다,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그룹이 유비케어 인수 당시 그려왔던 ‘디지털헬스케어’ 전략이 5년이 지났음에도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녹십자그룹은 GC케어를 그룹의 디지털헬스케어 전략의 중심축으로 키우기 위해 2020년 당시 IT 기업인 유비케어를 인수했다.
유비케어는 병의원 전자의무기록(EMR) ‘의사랑’과 약국 EMR ‘U Pharm’를 보유한 국내 EMR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다. 하지만 외형 성장에 비해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2020년 매출 1078억 원, 영업이익 134억 원에서 2024년에는 매출 1905억 원, 영업이익 51억 원으로 매출은 7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녹십자그룹 관계자는 “유비케어 별도기준으로는 병·의원 및 약국 EMR 부문의 견조한 성장세와 비용 효율화에 따라 손익 개선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연결기준으로는 일부 가족사의 실적 조정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비케어는 2021년부터 본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사업 외형을 키웠다. 연결 자회사 수는 2020년 말 4곳에서 2024년 말 기준 10곳까지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함께 불어나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EMR 시장 자체의 급성장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 EMR 업계 관계자는 “EMR 시장은 유비케어와 이지스헬스케어 두 곳이 실질적인 빅2 체제로 굳어져 있다”며 “이미 의원·병원 대부분이 시스템을 도입했기에 신규 수요는 제한적이며 기존 시스템의 점진적 개선과 일부 혁신 서비스의 도입이 현실적인 성장 방식”이라고 말했다.
녹십자그룹은 2020년 유비케어 인수에 약 2천억 원을 투입했다. 당시 그룹내 디지털헬스케어 산실로 키우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비케어를 통해 고도화한 것은 의료쇼핑 플랫폼 ‘미소몰닷컴’ 내에 GC녹십자웰빙 전용관을 개설해 병·의원 대상 접근성과 실질적 혜택을 강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유비케어는 그룹 내 인프라 및 자원을 바탕으로 EMR·플랫폼·데이터 등 주요 사업부문에서 역량을 하나로 엮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사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 유치다. 그룹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가 넉넉지 않은 상황인 만큼 그룹 투자를 바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녹십자홀딩스의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7억1511만 원에 불과하다. 녹십자홀딩스의 부채비율은 별도기준 42.6%, 연결기준 105.1%로 양호한 편이지만 유동성 측면에서는 여유가 크지 않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83억 원으로 돌아서며 적자전환했고, 투자활동현금흐름도 –13억 원에서 –201억 원으로 확대됐다. 재무활동현금흐름도 단기차입부채 증가에 따라 -17억 원에서 487억 원으로 차입이 늘었다. 최근 녹십자홀딩스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모채 발행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유동성 압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새롭게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그룹 차원의 재무 전략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녹십자(GC)그룹은 국내 제약그룹 가운데 상장 계열사가 7곳(녹십자홀딩스 △녹십자 △녹십자웰빙 △녹십자엠에스 △지씨셀(GC Cell) △유비케어 △GC지놈 )으로 가장 많다.
▲ 유비케어 대표를 겸임하게 된 김진태 GC케어 대표는 두 회사 간 시너지 극대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유비케어 인수 당시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 제시됐던 GC케어 상장 계획도 일정 내 달성하지 못했다. 그 결과, 외부투자자 풋옵션 청구권이 현실화되며 녹십자홀딩스는 GC케어 지분 인수로 인한 추가 부담(719억 원 규)을 떠안게 됐다.
유비케어는 GC케어가 인수할 당시보다 주당 가치도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2020년 인수가는 1주당 7600원이었지만, 26일 기준으로 1주당 3945원 수준이다.
사실상 GC케어 자체적 자금으로 사업 고도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위해서는 유비케어와 당장 사업화를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GC케어 별도기준 내부 매출 비중은 2024년 기준 50.7%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녹십자 계열사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기존 검강검진 서비스와 함께 2021년 개인플랫폼 사업을 유비케어로부터 양수받고 소비자-기업 간 거래(B2C)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내부 매출 비중은 2020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유비케어 대표를 겸임하게 된 김진태 GC케어 대표는 두 회사 간 시너지 극대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유비케어는 GC케어에 인수된 2020년에도 이상경 대표 체제를 유지했으나, 올해 12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며 변화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차원의 디지털 헬스케어 및 AI 산업 육성 기조도 유비케어에 우호적인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녹십자그룹 관계자는 “유비케어는 현재 AI 기반 진료 가이드 솔루션을 제품화 중이며 앞으로 디지털 기반 의료서비스 혁신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에는 본업 중심의 수익성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며, 가족사 손익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GC케어의 상장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사업 성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기업공개 여부는 앞으로 필요성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