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국장(가운데)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정부에게 기후금융정책 실행을 촉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자본의 대이동이 없는 근본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란 있을 수가 없다. 공적금융과 민간금융 자본이 기후경제와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에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가지 않으면 우리들의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밖에 없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국장은 정부가 주도해 기후 대응 분야에 투입되는 금융을 늘리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 경고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플랜1.5, 녹색전환연구소 등 국내 민간 기후 싱크탱크 3곳은 25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금융 10대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기후대응 골든타임을 이재명 정부가 책임지게 됐다"며 "기후대응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경제와 금융의 문법부터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안서에는 보유 자산 2조 원 이상 법인의 기후공시 의무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의무 이행) 개정 및 실효성 제고, 한국형 녹색 택소노미(녹색 경제활동 분류체계) 강화 등이 담겼다.
이와 같은 내용은 큰 틀에서 보자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으로 전환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ESG기본법에 모두 포함돼 있다.
이종오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대응에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후투자 현실은 매우 취약하다"며 "공적금융과 민간금융이 기후경제 활동에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안서에는 추가로 한국은행의 녹색중앙은행 전환, 기후투자공사 신설을 통한 녹색 출자 대폭 강화, 모든 공적금융기관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화 추진 등도 포함됐다. 정부가 주도해 공적 금융, 민간 금융이 녹색 산업 전환에 대규모로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자는 것이다.
현재 한국 금융권, 특히 연기금의 기후대응 이행 수준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이미 3년 전에 탈석탄 선언을 내놨으나 여전히 보유 자산 대부분을 석탄 관련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석탄 관련 기업 투자 제한 전략을 도입했으나 기준을 '석탄 관련 매출 50% 이상 기업'으로 잡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형태로 추진하는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지난 몇 년 동안 국민연금이 국민 자산 수탁자로서 책무를 제대로 다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날이 커지고 있는 기후 리스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종오 국장은 "기후 싱크탱크 3곳의 기후금융 10대 정책 제안은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며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진지한 검토와 수용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금융 관련 제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선임연구원도 "수백조에 달하는 돈이 석유와 가스에 투입되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흘러가지 않는다면 기후정부가 되겠다는 의지는 그저 구호에 그칠 수 있다"며 "우리가 이번에 내놓은 정책 제안들은 단순히 기후대응을 넘어 침체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새 정부가 담대한 기후 비전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 제안들을 적극 검토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이번 정책 제안서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수립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국회ESG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민병덕 의원을 통해 전달된다.
민병덕 의원은 "금융은 그동안 산업정책을 단순히 지원하는 부수적 역할로 인식돼왔다"며 "하지만 금융은 이제 산업과 사회를 바꾸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어 "이번에 기후 싱크탱크들이 내놓은 10대 정책 제안은 이같은 인식의 전환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10대 정책 중 시급한 정책, 중장기적 정책, 입법이 필요한 정책, 정부 의지만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 등으로 분류해 적시에 실현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