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는 한국의 유수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
[씨저널] 경기고등학교는 1900년 설립 이래로 신학문을 받아들이고 근대적 교육제도를 빠르게 도입한 학교 가운데 하나였다.
1970년대 중반까지 입학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면서 전국의 앨리트 학생들이 모인 집단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시험을 통한 선발을 성적순으로만 이뤄졌기 때문에 계층이나 지역을 막론하고 실력있는 학생들이 모일 수 있었다.
경기고등학교 졸업생의 60~80%가 서울대학교에 진학할 정도로 압도적 진학률을 자랑했고 이런 진학 실적은 자연스럽게 'KS(경기고-서울대)'라는 용어를 낳았다.
아직까지도 경기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는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를 이끄는 핵심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많이 있다.
◆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 신용과 의리로 이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952년 2월7일 충남 천안에서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미국 섀턱세인트메리스쿨과 멘로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유학을 떠나 세계 경영 지식으로 무장한 기업가로서 그는 ‘신용과 의리’를 경영 이념으로 삼아 한국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화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영역을 확장해왔으며, 과거 금융 위기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과 승부사 기질로 그룹을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화학, 방산, 금융, 에너지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오너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했다.
◆ 김남호 DB그룹 회장, 금융과 반도체 중심 재도약 이끄는 젊은 리더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1975년 8월23일 서울에서 김준기 동부그룹 창업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부제철에 아산만관리팀 차장으로 입사해 동부제철 인사팀 부장, 동부팜한농 부장을 지냈다.
DB금융연구소 금융전략실장과 부사장을 거쳐 DB그룹 회장이 됐다.
특히 DB하이텍을 ‘미운오리새끼’에서 그룹 캐시카우로 성장시키는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었으며, 보험·금융 분야 실적도 크게 개선하는 등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겸손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아버지 김준기 창업회장과 다른 젊은 리더십을 보이고 잇다는 평을 듣는다.
◆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철강과 신사업의 균형 잡힌 전문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1955년 8월17일에 태어나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대학원(MIT)에서 해양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강구조연구소 소장, 성장투자부문 신사업실장,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 철강사업본부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을 거쳐 기술투자본부장과 기술연구원장으로 근무했다.
철강생산본부장으로 재직하다 2018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뒤 철강부문장을 맡았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최종후보에 올랐으나 고배를 마신 뒤 퇴사했다가 2024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했다.
사내 구성원을 아우르는 덕장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으며, 신사업과 재무 및 마케팅까지 두루 경험해 철강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도전과 인내의 승부사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1949년 8월28일 경상북도 성주에서 주인용 사조산업 창업회장의 2남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환은행의 행장 비서를 거쳐 28세라는 젊은 나이로 부친의 갑작스런 상속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이후 적극적 인수합병(M&A) 전략으로 특히 수산업 분야에서 국내 최대 기업으로 사조그룹을 성장시켰으며, 수산자원 확보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 회장은 채근담의 한 구절인 ‘대인춘풍 지기추상’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구절은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을 지킬 때는 가을 서리처럼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권혁웅 전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 전문성과 신뢰의 에너지 전문가
권혁웅 전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1961년 3월3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양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그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화학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권 전 부회장은 1985년 한화에 입사해 주로 정유,석유화학, 에너지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요직을 거쳐 '정통 한화맨'으로 불린다.
특히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며 성공적인 인수를 이끌었고, 이후 한화오션의 재도약과 친환경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바 있다.
정유·석유화학·에너지 분야에서 공학적 지식과 업무 경험이 풍부한 만큼 LNG(액화천연가스), 수소·암모니아, 해상풍력 등 에너지 분야를 기존 조선사업과 접목해 시너지를 확대할 적임자로 평가되기도 했다.
◆ 유정준 SK온 대표이사 부회장, 에너지와 재무의 조율자
유정준 SK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경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맥킨지, LG 등을 거쳐 SK그룹에 합류했다.
그는 SK 이노베이션과 SK E&S에서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며 풍부한 현장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았고, 2024년부터 SK온 대표이사로서 사업 정상화와 미국 현지 확장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유 부회장은 침착하고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재무 관리와 에너지 전문성을 접목해 SK온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유정준 부회장은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재무전문가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배 사장은 1990년 현대그룹에 입사하며 종합기획실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현대자동차에서 재무와 기획 업무를 집중해 왔다.
현대차 기획실장, 기업전략실장,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CFO)를 거쳐 2023년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에 선임되었다.
그는 정몽구-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으며 그룹 내 재무 안정성과 미래차 전략에 큰 기여를 해왔다.
현대차증권에서는 업황 악화 속에서도 리스크 관리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으로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 시절에도 외부 노출은 주주총회나 실적발표자리에 국한됐다. 특히 자신의 역할을 두고 '회사를 뒤에서 뒷받침할 뿐이다'라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