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5-05-29 14: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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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사업장을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시 나오고 있다.
한국GM이 지난 28일 사내 공지를 통해 운영 효율화를 위해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 9곳 전부와 인천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과 활용도가 낮은 시설, 토지 등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 한국GM이 직영 서비스센터 9개와 부평공장 유휴 자산 및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GM이 한국 사업장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한국GM 측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자산 매각이라며 '철수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사업장 철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시작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9일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국GM이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를 모두 매각하는 것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영업, 마케팅, 판매 등을 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이 운영 중인 직영 서비스센터는 서울, 원주, 전주, 부산, 대전, 창원, 인천, 광주 등 모두 9곳이다. 한국GM은 직영 서비스센터 9개를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차량 정비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는 공인 협력사로 지정된 정비센터가 수행한다.
이 교수는 “국내 진출하는 자동차 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서비스센터 확보”라며 “자동차 서비스센터는 허가 구역 등이 정해져 있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공장 하나를 짓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비스센터는 지난해 7월 개설됐다. 한국GM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서울 서비스센터가 세계 최대 규모의 GM 직영 서비스센터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서울 서비스센터도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GM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매각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경쟁력 강화와 경영 효율화 차원이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영 서비스센터 9개 모두를 매각하는 것이 과연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국GM이 당장 유휴 재산과 서비스센터를 매각할 만큼 경영 상황이 나쁘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GM 별도기준 매출은 2021년 6조9739억 원, 2022년 9조103억 원, 2023년 13조7349억 원, 2024년 14조3771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3년 새 매출이 배 이상 뛰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2021년에는 영업손실 3760억 원을 봤지만, 2022년 영업이익 2766억 원을 기록하며 영업손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2023년 1조3506억 원, 2024년 1조3573억 원 기록했다. 3년 새 영업이익은 5배 가까이 증가했다.
▲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GM 직영 서울 서비스센터(사진)는 지난해 7월 개설됐다. 한국GM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서울 서비스센터가 세계 최대 규모의 GM 직영 서비스센터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서울 서비스센터도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 한국GM >
GM이 한국 자산은 매각하고 미국 투자는 늘리기로 한 점도 철수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 등 현지 매체는 미국 현지시각 28일 GM이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8800만 달러(1조2256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GM은 그동안 해외 생산기지 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나빠지면, 사업을 접고 철수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을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철수했다.
한국GM은 지난해 국내외에서 모두 49만9559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해외 수출이 47만4735대다. 해외 수출량 가운데 88.5%인 41만8782대가 미국에 수출됐다. 사실상 미국으로 수출하는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GM이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로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 해외 생산기지를 철수했던 방식과 비슷한 조치를 국내에서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GM은 2018년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 8100억 원을 수혈받으면서 2028년까지 철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GM 본사가 사전 밑작업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은 사내 공지를 통해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 센터 운영의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해 관계자들과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한국GM은 28일 노조와 임금교섭 상견례도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사측이 “글로벌 GM의 긴급회의로 상견례에 불참하게 됐다”며 일방적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이호근 교수는 “평소 같았으면 한국GM의 이번 조치는 크게 논란이 됐을 것”이라며 “발표 시기가 대선 직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선 이슈에 이번 조치가 묻히길 바라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GM이 점차 한국 철수를 협상카드로 추가 자금 지원을 요구한 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