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4-24 15: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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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국회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추경안 처리에 협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정부의 추경을 '찔끔 추경'이라 비판했음에도 추경 통과에 협조하는 것으로 기류를 전환한 배경에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추경 집행에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차 추경'을 위한 명분 쌓기 의도도 엿보인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이 국민께 든든한 힘이 되어드리고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하는 시정연설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하는 것은 1979년 11월 당시 권한대행이던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이후 46년 만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필수 추경'을 두고 대대적 '칼질'보다는 약간의 '증액'을 요구하면서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실제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소속 의원들에게 개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의 추경안을 삭감하지 말고 원안대로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추경 증액 편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추경 발표 이전과 비교하면 증액 요구 수준도 많이 낮췄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약 35조 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추경을 앞두고 15조 원 정도 규모로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편성한 추경안 12조2천억 원과 격차가 많이 줄어든 셈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이번 추경 심사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쟁점은 ‘지역화폐’ 예산 편성인데 협상으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정도다.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효과가 입증된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부터 최소 1조 원은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2023년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도 지역화폐사업 예산을 두고 부딪혔으나 결국 3525억 원을 편성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애초 정부는 지역화폐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의 추경 심사 일정도 손쉽게 합의를 이뤘다.
국회 예결특위는 오는 28~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하고 30일에는 소위원회 심사를 연다. 그 뒤 오는 5월1일 전체회의에서 추경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추경에 협조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배경은 대선을 앞두고 경기부양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지난 1월 전망치(2.0%)와 비교해 1.0%포인트나 내려 잡았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추경에 끝까지 제동을 건다면 대선을 앞두고 경제회복을 방해한다는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다.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과 허영 예산결산정책조정위원장은 22일 '2025년 추경안 심사방향' 보도자료에서 "정부의 12조2천억 원 추경 편성에 유감을 표하지만 민생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기에 추경이 국회에서 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상임위 심사를 즉시 시작하고 다음주에는 예결위 심사도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대비해 경기부양을 위한 2차 추경의 명분을 쌓으려는 전략적 고려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전제 하에 이번 추경은 12조~15조 원 사이 규모로 마무리 짓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정도로 추경을 새로 편성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3일 전체회의에서 기획재정부(기재부)를 상대로 '2차 추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일본, 중국, 독일 모두 다 과감하게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조치를 하고 있지 않나”며 "이것 가지고는 안 되고 불가피하게 2차 추경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기재위 간사인 정태호 의원도 “자꾸 재정건전성 이야기를 하는데 기업 운영을 할 때에도 살림을 잘해 수입을 늘려 재정을 건전하게 하는 방법도 있고 아예 돈을 안 쓰고 쫄쫄 굶으며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며 확대 재정 주장을 펼쳤다.
더구나 정부도 ‘2차 추경’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도 23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하반기 2차 추경 편성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권한대행 정부 체제인 현 단계에서 2차 추경을 기정사실화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떠한 형식으로든 경기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도 심각하게 침체된 내수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 재정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2일 발간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서 정부의 이번 추경을 두고 “내수와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사업이 일부만 포함됨에 따라 경기 안정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정부는 우리 경제여건을 수시로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정을 통한 경제·민생 안정, 성장동력 확충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