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일본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일본 엔화 환율이 2년여 만에 1천 원대를 보이면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서도 달러가 아닌 엔화로 투자하는 상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일본 금리인상과 경제회복 추세 등을 고려하면 한동안 엔화노출형 ETF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국내에 상장된 해외 채권형 ETF 36개 종목 가운데 수익률 1~3위를 엔화노출형 상품이 싹쓸이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6.15%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채권형 ETF까지 포함해도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면 153개 종목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같은 기간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은 수익률 6.12%, 한화자산운용의 ’PLUS일본엔화초단기국채(합성)‘는 5.81%로 2위와 3위에 올랐다.
일본은 올해 초 일본중앙은행(BOJ)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0.5%로 인상하면서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났다. 일본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어 엔화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16일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제와 물가 전망이 예측대로 간다면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대내외 여건에 따른 속도조절은 있겠지만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엔화는 안전자산으로서 가치도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엔화는 애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스위스 프랑 등과 더불어 준기축통화로 여겨진다.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는 엔화노출형 ETF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적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가 국내외 채권형 ETF(레버리지 상품 제외) 가운데 최근 3개월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와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는 미국 3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환차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달러 가치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제거하고 원/엔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구조로 미국의 금리인하+엔화 강세+원화 약세가 맞물리면 특히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처인 채권에 투자하면서 ‘엔고(円高)’ 효과를 더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최근 엔화노출형 상품의 환차익 효과는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종목으로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똑같이 미국30년 국채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3개월 수익률이 0.77% 수준이다.
같은 운용사의 엔화노출형 상품과 수익률 차이가 거의 8배에 이른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일본엔화초단기국채(합성)’는 일본 채권 투자로 일본 금리상승 흐름에 따른 채권 이자 수익을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ETF다. 일본 재무성이 발행하는 채권 가운데 3개월 안팎의 초단기 국채에 투자한다.
이밖에도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ETF도 엔화노출형 상품들의 ‘헤지(hedge)’ 효과가 두드러진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S&P500엔화노출(H)과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S&P엔화노출(합성 H)은 미국 S&P500에 엔화로 투자하는 ETF다.
이들 상품은 각각 2024년 12월, 올해 1월에 상장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 영향에 따른 미국 증시 하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이에 최근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엔화노출이 아닌 상품과 비교하면 손실을 절반수준으로 방어하고 있다.
SOL 미국S&P500 ETF의 3개월 수익률은 –12.89%인 반면 SOL 미국S&P500엔화노출(H) 수익률은 –6.08%다.
KB자산운용 상품도 마찬가지다. RISE 미국S&P엔화노출(합성 H)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5.58%이고 RISE 미국S&P500(H)은 –11%를 보이고 있다.
국내 ETF시장에는 엔화 자체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은 원/엔 환율을 기초로 엔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5.91%, 1년 수익률은 9.73%를 보이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지면서 엔화는 추가 강세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투자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안전자산인 엔화와 위험자산인 주식을 결합한 상품으로 리스크를 헤지하는 전략 또는 금융시장 불안 방어를 위한 엔화+채권 포트폴리오를 잘 살펴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