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4-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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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철 W컨셉 대표이사가 올해 플랫폼 정체성을 더욱 명확히하며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패션 플랫폼 W컨셉이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기대에 비해 아쉬운 실적을 내고 있다. 인수 초기 정체됐던 수익성은 이후 더 악화됐다. 지난해 소폭 반등했으나 외형이 축소되며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W컨셉은 고급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연령과 취향을 세분화한 큐레이션으로 정체성을 강화한 29CM에 비해 다소 색깔이 흐릿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신사와 에이블리가 가성비를 앞세워 외형을 확장하는 사이 중고가 패션시장에서도 29CM에 밀리며 입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W컨셉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부진했던 수익성이 일부 회복된 것으로 파악된다. W컨셉은 지난해 매출 1169억 원, 영업이익 16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19.7%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74배가 늘었다.
이 같은 실적 반등에 힘입어 이주철 W컨셉 대표이사 상무는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전무로 승진했다. 대표이사 취임 1년 만에 수익성 회복이라는 성과를 인정받은 셈이다.
실제 W컨셉은 신세계그룹 편입 이후 4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과 치열한 패션 시장 경쟁 속에서도 거둔 성과인 만큼 그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고 평가된다.
다만 이주철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여전히 가볍지 않다.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실적 성장이 꼽힌다.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2023년 실적이 사실상 전무했던 만큼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W컨셉은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2021년 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2023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등하긴 했지만 인수 직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매출까지 20%가량 축소되며 플랫폼 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W컨셉 관계자는 “매출 감소는 자체 브랜드(PB) 및 사입 축소에 따른 것”이라며 “패션 플랫폼 특성상 수수료보다 제품 매출 비중이 큰 편인데 입점 브랜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PB를 줄이고 브랜드 수를 확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W컨셉이 인수 이후 4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지만 인수 당시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W컨셉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 경쟁 플랫폼 대비 다소 약화된 정체성을 꼽고 있다.
그동안 W컨셉은 중고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우며 무신사나 에이블리와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사한 전략을 강화한 29CM에도 다소 밀리는 형국이 되면서 보다 뚜렷하고 경쟁력 있는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CM는 처음부터 ‘여성 큐레이션 플랫폼’을 표방하며 연령대와 스타일에 맞춘 추천 서비스를 내세워 뚜렷한 색깔을 구축해왔다. 반면 W컨셉은 연령별 추천 기능 없이 사용자가 직접 카테고리를 탐색해야 하는 구조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향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어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지에 대한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다.
앱 만족도에서도 이러한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29CM는 W컨셉보다 늦게 출시됐지만 리뷰 수가 4천 개를 넘어서며 평점도 4.4점을 기록 중이다. 반면 W컨셉은 리뷰 수 3천여 개, 평점은 4.2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세부 기능과 콘텐츠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사이 주요 경쟁사들은 빠른 외형 성장으로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무신사와 에이블리는 ‘가성비’를 앞세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1조 클럽’에 안착했다. 에이블리도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3조 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중고가 패션 시장에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는 중고가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요 타깃층도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로 W컨셉과 겹친다. 29CM는 점점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지만 W컨셉은 유사한 포지션에서 점차 밀려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거래액만 봐도 격차는 분명하다. W컨셉의 지난해 거래액은 5772억 원이었으나 29CM는 같은 기간 1조 원을 넘어섰다. 물론 W컨셉의 거래액은 2023년보다 11%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경쟁사와의 격차를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이용자 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월 기준 29CM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45만 명이다. 반면 W컨셉은 88만 명으로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021년 4월 W컨셉 지분 100%를 265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이후 누적 영업이익은 228억 원에 그친다. 인수 가격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인수 당시 정 회장이 기대했던 성과와는 적잖은 거리감이 있다는 평가다.
W컨셉 관계자는 “올해 핵심 고객인 2030 여성 수요에 맞춰 뷰티, 라이프 등 카테고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또한 숏폼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및 광고 사업 강화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 높이고 외형 성장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