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가 올해 미국에서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에 힘입어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됐다. <녹십자>
[비즈니스포스트] 녹십자가 미국 수출을 본격화한 면역글로불린제 ‘알리글로’에 힘입어 올해 수익성 개선 원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올해 2년 만에 순이익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녹십자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8427억 원, 영업이익 731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2024년과 비교해 매출은 9.69%, 영업이익은 127.59%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순이익도 295억 원을 거두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녹십자는 2023년 순손실 198억 원을 본 뒤 2024년에는 순손실 426억 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실적 부진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지 않았던 녹십자이지만, 수익성 개선이라는 명제의 필요성은 커졌다.
특히 녹십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혈액원인 ABO홀딩스 지분 전량을 1380억 원에 인수하면서 원료 확보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ABO홀딩스는 뉴저지, 유타, 캘리포니아 등에 6곳의 혈액원을 운영 중이며 텍사스에도 2곳의 혈액원을 건설하고 있다.
이런 탓에 녹십자는 2024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26억 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 미국 정부가 의약품에서도 관세를 예고하면서 녹십자(사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녹십자가 2022년 말에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54억 원이었지만 2023년부터 순손실이 이어지며 2023년 말 497억 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2년 만에 20%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녹십자로서는 올해부터 본격화된 알리글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보험 약가 규제로 인해 혈액제제 수익성이 제한적이다. 반면 미국은 민간보험 중심의 시장 구조로 가격 수준이 국내보다 6배 이상 높아 알리글로의 수익 기여도가 크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 치료에 사용하는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로, GC녹십자가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국내 신약으로는 8번째로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녹십자가 미국 진출에 3번이나 도전한 것도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알리글로의 미국 수출 실적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알리글로를 포함한 혈액제제의 미국 수출 규모는 올해 1월 277만 달러에서 2월 2만8천 달러, 3월에 2272만5천 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이뿐 아니라 증권사에서도 매출 기준으로 올해 1분기 알리글로가 미국에서 150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직전분기인 2024년 4분기 녹십자 물량이 전량이라고 볼 수 없지만 녹십자가 수출을 시작했던 2024년 7월과 관련해서는 수출 규모가 대폭 늘어난 만큼 대부분 녹십자 물량으로 추정된다.
실제 2024년 3월 미국향 혈액제제 월간 수출 규모는 6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수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시장에서도 녹십자가 올해 제시한 1억 달러(약 1500억 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리글로가 미국 보험사의 사전승인을 받으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처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여전히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전국 공화당 의회 위원회 만찬에서 수입산 의약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관세 부과가 시행될 경우 녹십자의 수익성 개선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국 관세 정책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알리글로는 미국에서도 필수의약품인 만큼 관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