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주석이 16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왕궁 이스나타 네가라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발 희토류 수출 통제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도 여파를 미치면서 ‘관세 전쟁’의 향방을 가를 변수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희토류 공급망에 의존하는 국가를 ‘약한 고리’로 집중 공략한다면 미국의 대중 압박 전선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을 미국과 무역 전쟁에 있어 가장 강력한 도구 가운데 하나로 적극 활용에 나섰다.
앞서 중국은 4일 자국 내에서 정제한 6가지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의 수출 제한 명령을 내렸다. 미국이 대중 무역 관세 145%를 부과하며 사실상 무역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보복에 나선 것이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군수무기 등 첨단 제조업에 주로 쓰이는 중희토류가 통제 목록에 올랐다.
주목할 지점은 수출 통제가 미국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희토류를 미국과 벌이는 무역 전쟁의 협상카드로 사용할 뿐 아니라 미국이 이끄는 대중 압박의 균열을 노리면서 지렛대로 사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에 핵심 국가인 한국과 대만, 일본, 유럽연합(EU), 호주 등이 미국의 동맹 또는 우방국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외 국가에서도 중국발 희토류 수출 통제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CNN은 희토류 자석 컨설팅 업체 JOC 분석을 인용해 “최소 5곳의 미국 및 유럽기업에 희토류 자석 선적이 중단됐다”며 “많은 업체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 동맹국 및 우방국에도 희토류 수출 통제로 압박을 가함으로써 미국과 거리를 두게 만드는 전략으로 읽힌다.
희토류 공급이 필요한 국가가 마냥 미국 편을 들면서 중국과 멀어지지 못하게 붙잡는 효과를 노린다는 뜻이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에 위치한 MP머터리얼 소유 광산에서 한 지게차가 희토류 정광을 담은 포대를 운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미국을 향한 국제적 신뢰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효과적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주석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3국 순방에서 미국발 보호무역에 맞서자는 메시지를 던지며 사실상 ‘반미 결속’ 시동을 걸었다.
미국발 관세에 동병상련 처지인 유럽연합 또한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해 온 고율 관세를 폐지하는 협상을 재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활한 희토류 공급을 조건으로 내건다면 유럽연합이나 동남아시아도 마냥 중국 쪽 손짓을 무시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씽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4일 공개된 보고서를 통해 “희토류 수출통제는 전 세계 국가에게 중국과 협력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 제련 및 생산 등 공급망 전반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희토류 생산의 61%와 제련 과정에 92%를 차지했다. 이에 미국뿐 아니라 세계 다수 국가가 핵심 산업과 군사 안보 등을 중국 희토류 공급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요컨대 트럼프 정부는 일관성 없는 관세 정책에 희토류 수출통제라는 보복조치까지 불러와 오히려 대중 압박 전선에 균열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정부가 여전히 관세 압박으로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방침을 버리지 않았다"며 "미·중 사이에 낀 국가는 희토류 수급과 관세 인상에 딜레마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