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의 위중함을 주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위기의 해결은 시민들에게 생명권, 생존권 등 기본권의 문제이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게 핵심적 국정에 대한 책무의 문제이기에 우리는 오늘 시민의 이름으로 기후 단일의제 TV토론회 개최를 요구한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렇게 조기 대선을 앞둔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향후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정확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전환연구소, 로컬에너지랩, 더가능연구소 등이 소속된 기후정치바람은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 대선 후보들이 기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대선은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있어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하다”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향후 10년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순간,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출범할 정부의 5년은 향후 100년, 200년 동안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어떻게 가를지 것이기 때문에 기후 의제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선거가 돼야 한다”며 “게다가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 파탄, 기후 파탄의 주범인 윤석열의 파면 이후 치러지기 때문에 새로운 민주주의 건설과 개혁과제 등 재건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에너지 전환에서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10.5%로 OECD 평균인 35.8%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9.2%였던 점과 비교하면 고작 1.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참여과학자연대(UCS)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전년 대비 약 10% 확대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약 1% 포인트 늘렸다. 미국은 유럽연합(EU)이나 중국 등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재생에너지 전환이 느린 것으로 평가받는데 한국은 미국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 김주온 기후정치바람 활동가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김주온 기후정치바람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어떤 원칙과 정책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불평등과 인구 감소, 차별과 혐오처럼 한국 사회에 산적한 문제들은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반면 좋은 정책으로 모두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 대선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이 뭔지 모르는 후보가 당선된 뒤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그렇기에 우리는 후보 검증을 위해 시민들이 묻고자 하는 말들을 모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기후정치바람은 이번 행사 이후 진행되는 ‘기후묻다’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자 하는 바를 모아 후보들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 50여 명도 현장 발언을 통해 저마다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싶은 바를 알렸다.
나이가 지긋한 한 시민은 “앞으로 날씨가 더 더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후에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먹을 것들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학생들은 “지금 우리가 먹고사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며 “우리가 사는 도시도 언젠가는 저 빙하처럼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그런 세상이 오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시민들이 15일 서울 종루고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모여 저마다 대선 후보들에게 바라는 바를 나타내는 플래카드를 들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수아 대학생기후행동 활동가는 “학교에서 법 공부를 하다보니 기후위기라는 시급한 사안에 비해 정부가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지금까지 환경정책은 기업의 이익과 경제성장 논리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도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다 보니 행정조직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며 문제를 재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대선 후보들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온 활동가는 “RE100이 뭐고 정책이 뭔지는 시민들은 모를 수는 있다”며 “하지만 지도자가 해결책을 공부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고도 뻔뻔하고 당당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어둠 속에서 절벽으로 걸어가는 것과 같은 꼴이 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에 우리는 후보들에게 묻고자 한다”며 “선거관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에 기후의제를 단독으로 다루는 토론회를 열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