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상호관세 정책을 통해 애플 아이폰 생산공장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에 고율 수입관세를 책정하며 애플 아이폰 공장 이전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인건비뿐 아니라 아이폰 부품 공급망도 사실상 재편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성은 매우 낮은 계획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미국 정부는 애플 아이폰이 미국에서 제조되기를 꿈꾸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애플의 성공 전략과 완전히 반대되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4%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에는 46%, 인도에는 26%의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애플은 아이폰을 비롯한 주요 제품을 대부분 중국 협력사 공장에서 제조한다. 베트남과 인도에 생산 거점을 점차 넓히고 있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행에 애플이 ‘배신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애플은 미국 정부 요구에 맞춰 최근 수 년간 중국 이외 국가로 아이폰 생산공장을 다변화했는데 이런 노력이 사실상 소용없게 되어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 세율 인상분을 반영해 가격을 대폭 인상하거나 제품을 판매하며 거두는 이익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애플이 미국에 아이폰 공장을 건설해 자국에서 판매하는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체계를 갖춰내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아이폰을 생산할 인력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애플이 이를 진작에 받아들였여야 한다고 전했다.
애플은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 면제 대상에 올랐다. 자연히 이번 임기에도 비슷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최근 애플이 미국에 5천억 달러(약 742조 원) 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및 연구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 사실상 관세 면제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임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공장 유치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과거와 같은 면제권을 손쉽게 획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애플 연구개발 설비. |
애플이 미국에 아이폰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인건비가 중국과 비교해 훨씬 높은데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부품 공급망도 사실상 모두 아시아 국가에 위치하고 있어 이를 바꿔내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사 웨드부시는 아이폰이 미국에서 제조된다면 현재 1천 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폰 모델 가격이 약 3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도 “제조업 공급망을 완전히 재편하는 일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현실성이 다소 부족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 DA데이비슨은 애플이 아이폰 제조설비 일부를 실제로 미국에 구축한다고 해도 최소한 5~10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했다.
애플이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생산이 시작될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미국에는 아이폰 생산을 담당할 기술 인력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미국 CNBC는 투자은행 니덤의 분석을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에서 제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증권가에서 모두 동의할 만한 의견”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애플이 우선 관세율이 비교적 낮은 인도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아이폰 생산량을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소비자 수요 확보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시장 조사기관 IDC는 “애플은 한 번도 관세 인상과 같은 변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감수한 적이 없었다”며 가격 인상을 통해 손실을 만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이 앞으로 계속된다고 해도 애플이 미국 공장 건설보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책을 찾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워싱턴포스트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의 미국 내 아이폰 생산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 인건비와 부품 수입에 따른 손해를 이중으로 떠안게 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