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지주 주가가 미국 상호관세 조치와 경기침체, 고환율 등 쏟아지는 악재에 1년 전 밸류업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들고 1년 동안 국내외 투자시장 스킨십을 늘리며 공들였던 성과가 무색해졌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은 올해 기업가치 제고계획 실행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경영환경이 만만찮다.
▲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주가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 영향으로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9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국내 은행주는 탄핵 결정 등 일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도 인플레이션과 경기부진 우려로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대 금융 주가는 이미 2024년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막 시작됐던 당시 수준으로 돌아갔다.
KB금융 주가는 지난해 금융위의 밸류업 정책 추진 발표가 있은 뒤 2월 들어 6만 원 중후반대로 빠르게 올랐고 그 뒤로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2024년 12월3일에는 종가 기준 주가가 10만12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4월8일 기준 KB금융 주가는 7만500원으로 지난해 종가 기준 최고가와 비교해 4개월여 만에 30.3%가 빠졌다. 8일부터는 장중에는 주가가 7만 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상승분(53.2%)을 벌써 상당부분 반납했다.
신한지주 주가도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22.25% 하락했다. 미국의 관세조치 발표 뒤에만 주가가 6.80% 떨어져 4만 원 초반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초 밸류업 발표 직후 수준으로 복귀했다.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4개월여 동안 각각 주가가 18.18%, 9.94% 내리면서 2024년 2월 밸류업 초반대로 돌아갔다.
은행주는 애초 금리와 대출수요, 기업활동, 내수소비 등 경제 전반의 흐름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경기 민감주로 평가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올해는 은행주에 비우호적 요소가 산재해 있다.
▲ 9일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에 개장해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에도 이날 장중 1480원대까지 오르면서 1500원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뒤 최고 수준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또 고환율 상황에도 글로벌 관세전쟁 등으로 국내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모두 4대 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실적과 자본관리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조기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밸류업 정책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은행주 투자 매력을 낮추는 부분이다. 밸류업은 국내 상장사가 주가순자산배율(PBR)을 스스로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으로 한국 증시 저평가를 위해 윤석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리고 4대 금융을 포함한 금융주는 대표적 저PBR주로 밸류업 정책에 앞장서면서 지난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조기대선까지 계속될 리더십 부재와 정치적 갈등 상황 속에서 각종 정치·경제 정책 추진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대선 뒤에도 정권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는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조정했다. 은행업종 기업가치 바닥(rock bottom)은 2023년 말 주가순자산배율(PBR)로 제시했다.
은행주 주가가 밸류업 정책 시행 전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연구원은 “은행업종은 관세의 직접 영향은 없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업 경기악화 우려로 은행 대손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예상 이상의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주주환원 여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2025년 은행주는 뚜렷한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며 “미국 상호관세 조치와 조기대선 정국 등으로 은행주에 관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고 환율 역시 투자 매력도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은행주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주도 미국 관세조치와 이에 관한 경기침체 우려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관련 불확실성이 주가에 지나치게 선반영되고 있는 상황이고 은행의 실적 안정성이 단기간에 크게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중장기 측면에서 저가매수 기회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