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상법개정안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부딪혀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상법개정의 입법 취지는 주주가치 제고와 소액주주의 권리보호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정부의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발했다. 사진은 3월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때문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개정안 통과를 기대했지만 정부의 대답은 거부였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 추진과 상법개정안 거부로 엇박자를 내는 동안 소액주주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이 무색하게 상법개정에 반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금융위원장에 사의를 전달한 사실을 밝혔다.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상법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반발한 것이다.
이 원장은 라디오에서 “주주가치 보호와 자본시장 선진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추진한 주요 정책이고 대통령이 있었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한 권한대행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 원장은 꾸준히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반대해온 인물이다.
그는 3월13일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 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직을 걸고서라도 (거부권 행사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3월28일에는 금감원이 정부와 금융위에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 반대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은 1일 기업 경영 활동 보호를 이유로 상법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상법개정안의 입법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적극적 경영 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상법개정안 속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재계도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에 거세게 반발했다.
국내 경제단체 8곳은 24일 상법 개정 계획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경제단체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이었다.
경제단체는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상법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정부와 여당은 상법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범위를 상장기업의 합병이나 분할 등 자본 거래로 제한하기에 상법개정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주장을 펼쳤다.
다만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는 지배주주의 일방적 유상증자 등 소액주주 권리 훼손을 막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과거 CJ CGV와 현대차증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유상증자를 하며 주가가 낮아질 때마다 소액주주들은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고 자조했다.
이러한 빈번한 소액주주 권리 침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코리아밸류업지수’를 만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에 나섰다.
코리아밸류업지수는 기업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100개 종목을 포함한 지수다. 도입 목적은 기업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투자자들의 관심 유도였다.
다만 그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2일 코리아밸류업지수는 1004.95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코리아밸류업지수가 2024년 1월 1천 포인트를 기준으로 잡은 것을 고려할 때 한 해 동안 제자리걸음에 그친 셈이다.
윤 대통령 계엄·탄핵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지수의 하방 압력도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추진해온 밸류업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상법개정안을 받았어야 했다”는 소액주주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