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04-02 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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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을 놓고 금융당국과 법인보험대리점(GA) 사이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판매수수료는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대가로 보험설계사가 보험사 등으로부터 받는 대가로 현재 한국 보험시장에서는 수수료의 비율이나 금액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법인보험대리점(GA) 사이 갈등이 길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이런 ‘깜깜이 수수료’를 공개하는 방안을 포함해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GA 등에서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2일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주요 GA 9곳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보험업계 전체가 아니라 GA 최고경영자만 별도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금융당국이 GA와 보험 판매수수료 이슈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보험 상품과 영업이 분리된 ‘제판분리’가 보험업계 주요 흐름이 되며 전과 다르게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GA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새로운 문제들이 돌출하고 있다.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문제가 보험 판매수수료 관련 개편안이다.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은 소비자 보호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과제다. 주요 쟁점은 두 가지로, 보험 판매수수료 공개와 최장 7년까지 판매수수료를 나눠 지급하는 건이다.
현재 보험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는 소비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 설계사가 소비자에게 필요한 보험 상품 대신 자신에게 돌아오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 중심으로 판매할 유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험상품 판매책임법제 선진화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GA 소속 설계사는 한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와 다르게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수수료가 높은 회사나 상품 위주로 계약 체결을 권유할 유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보험 설계사가 정말 내게 필요한 상품을 권유할까?" 의심하게 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근 판매수수료 개편안과 관련한 긍정적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보험 내용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가입하는 사람만 손해 보는 기분이었는데 설계사들이 받는 수수료를 알게 되면 보험 비교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소비자도 “설계사들이 상품을 수수료 때문에 추천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 더 믿고 가입할 수 있겠다”고 반응했다.
다른 쟁점인 판매수수료 분급은 보험 계약 유지와 지속적 고객 관리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 판매채널에서 설계사들은 계약 1~2년 차에 수수료를 집중적으로 지급받고 그 뒤에는 사실상 받는 수수료가 없거나 미미하다.
이런 관행은 설계사들이 계약 유지보다 신계약 판매에 집중하게 만든다. 금융당국은 “소위 ‘보험 갈아타기’로 불리는 부당승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대 7년까지 수수료를 분급하는 방안을 개편안에 포함했다.
GA업계는 추진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영업 현장 실정과 동떨어진 개편안이라고 바라본다. 이에 GA들이 속한 보험GA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판매수수료 개편에 대응하고 있다.
보험GA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알리며 “기업원가 공개와 같은 판매수수료 정보공개는 불건전 영업 행위가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보험 소비자 보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보험GA협회가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설계사 가운데 98.1%가 수수료 정보공개를, 97.7%가 최장 7년 수수료 분급제 도입을 반대했다. <보험GA협회>
또 보험GA협회가 3월13일부터 3월19일까지 회원사 소속 보험설계사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수료 정보공개는 98.1%가 반대. 수수료 분급제 도입은 97.7%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GA업계는 단순 설계사 이익 문제가 아니라 현재 제시된 개편안으로는 소비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제고라는 기존 추진 취지가 오히려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 총액이 공개되면 일부 소비자가 설계사에게 추가 혜택을 요구하는 ‘리베이트’ 등 불건전 영업 행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GA업계 관계자들은 설계사들의 수익성이 감소하면 전문성을 갖춘 설계사들이 이탈해 보험 영업 전반에서 품질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설계사 전문성 약화는 결국 소비자 대상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금융당국이 판매수수료 개편 사례로 든 호주에서도 계약체결 초기에 지급되는 설계사 수수료 비중을 줄인 뒤 설계사 수가 줄었다. 보험연구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설계사 인력은 2018년 개편안을 시행한 뒤 2021년까지 40.7% 급감했다.
금융당국도 제도 개편에 따른 여파를 인지해 제도 연착륙에 힘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며 거듭해 “설계사, GA 등에 영향이 큰 만큼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실무 태스크포스(TF)에서 세부 내용을 논의해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