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xAI 설립자가 30일(현지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를 깜짝 인수해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xAI는 오픈AI를 비롯한 선두 기업을 추격하는 입장인데 이번 X 인수로 차별화에 성공할 뿐 아니라 테슬라나 스페이스X에 AI를 접목하는 효과까지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xAI가 X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그록’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xAI가 X 사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술 고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조사업체 시밀러웹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21일까지 X 사용자가 하루 평균 3170만 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이들이 매일 자발적으로 올리는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AI가 학습함에 따라 기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xAI가 경쟁사에게 X 데이터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로 언급됐다. xAI만 X 데이터에 독점 접근할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생성형 AI는 학습에 투입하는 데이터 양을 늘리면 성능이 비례적으로 개선되는 ‘규모의 법칙’이 통하는 분야이다. xAI가 경쟁력을 높이는 X 인수를 통해 경쟁력 개선의 교두보를 장악한 셈이다.
벤처캐피탈(VC)인 소셜캐피탈의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CEO는 자신의 X 공식 계정을 통해 “xAI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X 데이터를 독점해 최신 모델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는 현지시각으로 29일 갑자기 과거 440억 달러(약 64조5700억 원)에 인수했던 X를 xAI가 330억 달러에 공식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X의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이니 얼핏 일론 머스크와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 모두 손해로 보인다. 그러나 xAI가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새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인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은 AI 학습을 외부 데이터를 끌어와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는 저작권 문제를 일으키는 한편 데이터 품질 관리 등 측면에서 약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장기 기술 발전과 규제에 있어 리스크를 안길 공산이 크다.
실제 오픈AI는 뉴욕타임스로부터 2023년 당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아직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구글 또한 유럽 뉴스 콘텐츠 사용과 관련한 계약 위반으로 프랑스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지난해 3월 2억5천만 유로(약 3670억 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X 본사 사옥의 옥상에 2023년 7월28일 기업 로고 형상 구조물을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
반면 xAI는 자체 보유한 X 플랫폼 이용자가 매일 올리는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 등 데이터를 확보하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저작권 문제에 구애받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xAI가 사용할 X의 독점 데이터에 관심이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10월 당시 트위터를 인수해서 X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당시 일각에서는 사용자 데이터 확보를 염두에 두고 인수를 단행했다는 풀이를 내놨는데 이제 그런 관측이 적중한 셈이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xAI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그록’ 개발 방향에도 시선이 모인다. xAI는 오픈AI나 구글과 달리 그록에 ‘검열 없는 AI’를 지향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검열 인력을 대폭 줄이고 규제를 완화해 사용자 자유도를 높였다.
이에 다양한 콘텐츠가 그록 학습에 쓰일 수 있어 챗GPT, 제미나이와 데이터 자체도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이번 인수는 더 나아가 ‘일론 머스크 제국’ 설립에도 기여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여러 기업의 플랫폼 통합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X에 AI를 결합해 SNS와 쇼핑, 결제 등을 통합한 서비스로 나아가는 구상을 두고 있다.
향후 일론 머스크의 다른 기업인 테슬라 전기차나 스페이스X 우주선 등에 그록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X 인수는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며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모든 기업을 하나의 플랫폼 아래 통합하는 첫 단계에 들어갔다”고 바라봤다.
요컨대 xAI의 X 인수는 단순히 AI 챗봇 그록의 성능 개선을 넘어 AI 시장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뿐 아니라 머스크 기업 사이 시너지를 높일 수도 있다.
로이터는 “X와 합병 전부터 xAI에 투자자 관심이 급증했다”며 이번 인수를 계기로 xAI에 가치가 더욱 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기업 합병에 종종 복잡한 작업이 따른다며 일론 머스크가 xAI로 통합된 기업을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함께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