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그룹은 LG그룹에서 2004년 분리된 이후 20년 동안 아무런 분쟁 없이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연수 전 GS리테일 부회장,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GS그룹은 태생부터 1인이 아닌 오너일가 3세 사촌들의 '공동경영'으로 시작된 그룹이다.
GS그룹은 LG그룹에서 2004년 분리됐다. 당시 분리를 주도한 사람들이 바로 이 3세들이다. 그리고 GS그룹은 이후 20년 동안 아무런 분쟁 없이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김동운 동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전문경영인학회의 ‘전문경영인연구’ 학술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GS그룹 경영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적이면서 개별적인 지배구조’라는 점이다. 이는 다른 재벌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부분 대기업들은 장자승계 원칙을 따르며 장자가 아닌 형제들은 계열 분리를 통해 독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GS그룹은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오너 일가 가문들이 여러 계열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도 하나의 그룹으로 움직이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4세 경영인들이 그룹 핵심계열사들의 대표이사에 하나둘씩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GS그룹에서는 계열 분리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25년은 GS그룹이 LG에서 분리되어 나온지 20년이 되는 해다. 어떻게 GS그룹은 계속해서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있을 수 있는 것일까?
◆ 가문별 독립 경영과 균형 잡힌 지배구조
GS그룹은 2세에서 갈라진 오너 일가의 집안이 지주회사 GS의 지분을 나누어 갖고 그 집안이 주요 계열사를 맡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허정구 가문은 GS 지분 14.77%(허남각 1.96%, 허동수 1.79%, 허광수 2.19%, 허준홍3.44%, 허세홍 2.37%, 허서홍 2.15%, 허자홍 0.36%, 허정윤 0.47%, 허해림, 허윤희, 허윤정, 허라윤 각각 0.01%)를 보유하고 GS리테일과 GS칼텍스를 운영하고 있다.
셋째 허준구 가문은 GS 지분 16.16%(허창수 4.68%, 허정수 0.12%, 허진수 1.37%, 허명수 1.41%,
허태수 2.12%, 허윤홍 0.53%, 허철홍 1.37%, 허치홍 0.83%, 허진홍 0.75%, 허주홍 0.77%, 허태홍 0.6%, 허두홍 0.63%, 허정현 0.63%, 허윤영 0.35%)를 보유하며 GS건설을 맡고 있다.
넷째 허신구 가문은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이 GS리테일을 맡고 있었지만 2024년 연말 인사에서 용퇴하고 조카인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허신구 가문은 GS 지분 2.87%(허경수 2.1%, 허영수 0.53%, 허임수 0.1%, 허윤수 0.14%)를 보유하고 있다.
다섯째 허완구 가문은 GS에너지를 담당하며, GS지분 8.72%(허용수 5.26%, 허석홍 1.08%, 허정홍 0.67%, 허인영 1.65%, 정혜신 0.06%)를 들고 있다.
현재 GS그룹의 총수는 셋째 허준구 가문의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이처럼 GS그룹은 한 가문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지분을 특정 가문이 독점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각 가문이 지주회사의 지분을 비교적 균등하게 나누어 갖고 있으며,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은 각 가문들의 협의를 거쳐 GS 지주회사 아래에서 조율된다.
GS그룹은 이러한 구조 덕분에 각 계열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도 그룹 전체는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고 있다.
◆ 완벽한 독립경영과 가문 간 균형이 만든 20년 안정성
GS그룹이 오랜 기간 계열분리 없이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완벽한 독립경영 원칙이다.
현재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건설, GS칼텍스, GS리테일 등은 각 가문에서 하나씩 맡아 경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S건설과 GS리테일은 허준구 가문의 허창수 GS건설 회장과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이, GS칼텍스는 허정구 가문의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이 맡고 있다. GS에너지는 허완구 가문의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하고 있다.
GS그룹은 이런 구조를 만들면서 각 가문은 다른 가문이 맡고 있는 계열사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GS가문의 이런 문화는 계열사별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가문 간 경영권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두 번째는 가문 간 균형 유지다. GS그룹의 지주회사 지분은 특정 가문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비율로 분배됐다. 허준구 가문과 허정구 가문의 지분이 다른 가문들보다 많긴 하지만, 한 가문이 단독으로 그룹의 일을 결정할 수는 없는 구조다.
특히 GS그룹 오너일가 내에서는 가문의 단합을 굉장히 중요시하며 가문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에 반기를 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뒷줄 왼쪽 부터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고 구위숙 여사(허창수 명예회장 모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 GS그룹 > |
◆ 4세 경영 체제에서도 유지되는 독립경영 원칙
현재 GS그룹은 허세홍 사장, 허윤홍 사장, 허서홍 사장 등 4세 경영인들이 주요 계열사의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차세대 리더십’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4세 경영 시대에 들어선 이후에도 GS그룹이 계열 분리보다는 기존의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GS칼텍스, GS리테일, GS에너지 등 핵심 계열사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계열 분리가 오히려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일부 계열사, 특히 지주회사 GS와 지분관계가 없는 GS건설 등 독립성이 강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새로닉스, 에이치플러스 등 ‘범GS가’로 분류되지만 GS그룹에서 사실상 분리돼있는 기업들이 많다”라며 “GS건설도 지주회사 GS와 지분관계가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그룹에서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