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증권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책임경영에 활발히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가 유상증자, 중복상장 등으로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반면, 이들 증권업계 CEO는 자사주 매입은 물론 유상증자 초과청약까지 묵묵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
▲ 증권업계 대표이사들이 책임경영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CEO들의 책임경영 활동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6일 진행된 2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에서 초과청약의 한도치인 120%까지 초과청약해 그에 비례한 신주를 배정받았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11월26일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일부 주주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당시 시가총액의 70%에 육박하는 규모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표 다음날인 11월27일엔 주가가 13.07% 급락한 채 마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 대표가 직접 최대 물량을 떠안으면서 유상증자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감을 내비치고 투자자들을 설득한 것이다.
배 대표의 책임경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배 대표는 취임 약 3개월 후인 지난해 4월2일에도 자사주 1만1130주를 장내매수한 적 있다. 약 1억 원어치다.
당시 배 대표는 "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주주들에게 전달하고자 이번에 매입한 자사주를 퇴직 때까지 팔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후 유상증자 결의로 배 대표의 지분가치도 크게 내린 점을 고려하면, 사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회사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현재의 구식 원장시스템을 개선하고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초과청약분에 '풀베팅'하면서 유상증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
한편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증권사 CEO들도 있다.
우선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경남 경영총괄 사장을 들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이달 17~18일에 걸쳐 보통주 2만 주와 우선주(2우B) 2만 주를 사들였다. 총 2억8천만 원가량 규모다.
전 사장도 17~19일에 걸쳐 보통주 6846주와 우선주(2우B) 2만 주를 약 1억5천만 원 들여 매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투자 손실에 발목잡히면서 체면을 구겨 왔으나 이제는 실적 반등이라는 자신감을 책임경영을 통해 내비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대표와 전 사장의 보통주와 우선주 취득 단가는 두 주식의 현재 52주 최고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위 ‘비쌀 때’ 매입한 편에 속한다. 그만큼 미래에셋증권 경영진은 향후 실적반등과 주가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증권 사장도 지난해 12월24일 하나금융지주 1200주를 장내매수하면서 총 주식 보유수를 5026주로 늘렸다.
취득단가는 5만6800원으로 총 6816만 원어치다.
마찬가지로 강 사장도 당시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당시 취득단가와 비교해 이날 기준 하나금융지주 종가는 6만2600원으로 강 사장은 당시 신규 취득 지분을 통해 약 10%의 수익을 냈다.
최근 재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습 유상증자, LS그룹의 분할상장 가능성 등으로 투자자들의 배신감이 잘 날이 없는 것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최근 수 년 동안 증권업계에서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조작 사태에 연루되는 등 잡음을 일으켰으나 밸류업(기업가치제고) 등 증권업계에 새 바람이 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의 온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상법 개정도 화두로 오르면서 증권업계 CEO들이 책임경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