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종화 교촌에프앤비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며 회사 지속 성장의 실마리를 찾아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송종화 부회장. <교촌에프앤비>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치킨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교촌에프앤비가 매장 수 확대를 통한 외연 확장보다는 해외 진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송종화 교촌에프앤비 대표이사 부회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국내 가맹본부를 직영으로 전환하며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했다. 올해는 해외 진출 속도를 내며 교촌에프앤비 지속성장의 실마리를 찾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교촌에프앤비에 따르면 지난해 교촌치킨 매장 수는 1362개로 전년보다 16개가 줄었다. 교촌치킨 매장 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2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처음이다.
최근 4년 동안 전년대비 교촌치킨의 국내 매장 수 순증감을 보면 2021년 66개, 2022년 29개, 2023년 10개로 증가율은 줄었지만 매장수 증가세 자체는 유지해왔다.
작년 한 해 동안 교촌치킨 28개 매장이 폐점하면서 폐점률은 2.1%로 전년(0.7%)보다 3배로 뛰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지난해 리조트, 콘도 등 특수한 지역에 들어가는 특수매장들이 계약기간 만료 등으로 폐점한 사례가 많아 일시적으로 매장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장사에 어려움을 겪은 게 아니라 그 외 여러 사정을 고려해 폐점을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교촌치킨 폐점률은 여전히 업계 평균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치킨업계 평균 폐점률은 14.2%에 달한다.
이를 고려해도 교촌에프앤비가 앞으로 국내에서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긴 힘들어 보인다.
연도별 국내 치킨 매장 수를 살펴보면 2019년 3만7508개에서 2020년 4만2743개로 늘어 처음 4만 개를 넘어선 뒤 2021년 4만2624개, 2022년 4만1436개로 감소세 나타냈다. 업계에선 2023년 기준 8조1600억 원 규모의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개설 기준 인구 수를 1만7천~2만5천 명으로 높게 잡아 폐점률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치킨업계에서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데는 불리할 수 있는 셈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교촌치킨은 인구 수 등 가맹점 수익이 보장되는 기준을 높게 잡아 가맹점수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가맹점 수익 유지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며 “경쟁사보다 출점 속도가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촌치킨의 해외 매장 수를 살펴보면 2020년 상장 당시 42개에서 2021년 65개, 2022년 67개, 2023년 74개, 지난해 84개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송 부회장은 올해 해외시장에서 외연 확대에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치킨 시장 규모는 약 80조 원으로 한국의 10배 수준에 달한다.
교촌에프앤비는 2007년 미국 시장에 첫 진출한 뒤 본토에선 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3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교촌에프앤비는 2021년 LA 롤랜드 하이츠에 3호점을 연 뒤 지금껏 미국 본토에 추가 점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교촌에프앤비는 직영점뿐 아니라 마스터프랜차이즈(MF)와 소규모 투자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포장 전용 매장(다크키친) 등을 통한 미국 매장 확대를 적극 검토 중이다.
MF는 해당 국가 또는 지역에서 중간가맹사업자가 가맹사업 희망자에게 가맹점 운영권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현지 시장과 사업 환경을 잘 아는 현지 기업과 계약을 체결해 본사가 노하우와 매뉴얼 등 자원을 제공하면 파트너사가 해당 국가에서 빠르고 안정적으로 매장을 출점하는 방식이다. 다국적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시장을 확대하는 주요 방법 중 하나다.
▲ 교촌치킨 미국 1호점인 미드월셔점 전경. <교촌에프앤비> |
교촌에프앤비는 애초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중국에선 직영 법인 설립을 통해 진출했으나 최근엔 마스터프랜차이즈(MF)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 10월 하와이에 MF 방식으로 1호점을 출점했고, 중국에서도 19개 매장 중 MF 매장 12개를 운영 중이다. 또 미국에서 올해 말까지 다카키친 매장을 6개, 2028년까지 20개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마스터프랜차이즈 파트너를 확보해 미국 전역 확장을 본격 추진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하반기엔 미국 직영 1호점을 리모델링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하와이에 4개 매장을 추가로 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교촌에프앤비는 미국과 중국 이외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대만, 캐나다 등에는 모두 MF 방식으로 진출했다. 올해도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을 통해 현지 프랜차이즈 확장에 적극 나설 계획을 세웠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 “올해 교촌에프앤비 글로벌 사업 가속화가 예상된다”며 “특수점포를 제외한 국내 매장이 이미 1359개에 달해 추가 출점이 제한적이어서 해외사업의 의지가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교촌에프앤비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매장 수 100개를 돌파하며 본격적 해외 확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부회장은 2003~2012년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와 사장을 지낸 뒤 퇴사했다가 2023년 9월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 공식 선임됐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침체된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끌어올린 프랜차이즈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그는 지난해 기존에 원·부자재 물류 배송을 담당하던 가맹지역본부 23곳을 모두 직영으로 전환하며 국내 사업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본사와 가맹점이 직접 연결되는 방식으로 유통단계를 줄여 중간 마진 수수료·물류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노린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교촌에프앤비 연간 영업이익이 519억 원으로 지난해 152억 원보다 3.4배 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 부회장은 국내 치킨업계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지속하고 있다. 교촌치킨은 2022년 bhc에 매출 기준 국내 치킨업계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달 1991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양념치킨 메뉴를 선보였다. 작년 7월에는 2년 만의 신메뉴 ‘교촌옥수수’를 출시했다.
지난해 10월엔 배우 변우석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교촌옥수수를 활용한 새 광고를 공개했다. 교촌에프앤비가 연예인 모델을 기용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회사는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지금껏 스타마케팅을 지양해왔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교촌에프앤비는 유통구조 간소화로 인한 구조적 이익률 개선, 해외 가맹점 확대에 따른 글로벌 매출액 성장률 반등이 앞으로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글로벌 매출액 성장률은 지난해 8%에서 올해 20%, 내년 22%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