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3-24 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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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 탄핵 기각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기대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긴장하면서도 한 총리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을 재판관 8인 가운데 기각 5인, 각하 2인, 인용 1인으로 기각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 쟁점은 △윤석열 대통령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방조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여사·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운영 시도 등 5가지다.
특히 이번 한 총리 탄핵심판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관한 헌재의 첫 판단이 담길 수 있어 관심을 모았다.
한 총리 사건에서 헌재가 탄핵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중대한 위헌·위법’을 따지기위해 비상계엄 선포 전 약식으로 있었던 회의(국무회의)의 적법성 판단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회의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에 ‘비상계엄 방조’가 포함된 만큼 ‘비상계엄 자체의 적법성’에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헌재는 한 총리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국무회의와 계엄 포고령 등 비상계엄 행위가 내란 행위에 해당하는지,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헌재는 국회 측이 소추 사유로 제시한 한 총리의 내란 행위 가담 혹은 방조 의혹을 두고 “(한 총리가) 적극적 (내란 가담 또는 방조) 행위를 했음을 인정한 증거나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 탄핵 선고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의 예고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간 셈이다. 헌재가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언급해주길 바랬던 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기각결정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광삼 변호사는 이날 YTN 뉴스나우에서 “원래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 중 윤 대통령과 겹치는 부분, 비상계엄의 적법성이나 내란행위를 어떻게 판단할지 결과를 보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유추해볼 수 있었다”며 “헌재는 그 부분을 피해 갔다”고 평가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총리 탄핵을 기각한 헌재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 총리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여전히 탄핵임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재의 결정을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한 총리 탄핵 기각으로 민주당의 탄핵이 ‘9전9패’를 기록하면서 ‘줄탄핵’, ‘탄핵 폭주’라는 비판의 명분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기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 총리 탄핵 기각에 관해 “지난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탄핵소추안이 처음부터 헌정 파괴 목적의 정략적 탄핵이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민주당 같은 헌정 파괴 세력이 아무리 짓밟아도 국민이 피땀으로 가꿔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정신은 서릿발같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날 한 총리 탄핵결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의 견해가 엇갈렸다는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관한 헌법재판관들의 뜻이 모이지 않았다는 방증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한 총리 탄핵소추를 인용한 정계선 재판관은 ‘중대한 위헌’이라고 봤고 김복형 재판관은 미임명 행위 자체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은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가장 일치되기 쉬운 사안임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 탄핵심판 쟁점과 관련해 재판관들이 합의를 보기는 더욱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 내려지기 어려울 가능성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도 ‘기각’ 또는 ‘각하’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재판관들이 각자 옳다고 판단하는대로 각자 주장을 판결문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재판이 계속 이뤄진다면, 그리고 좀더 평의를 제대로 한다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결과도 우리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설령 헌법재판관들이 논의를 거쳐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에 합의를 보더라도 시간이 더욱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은 헌재가 늦어도 오는 28일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매듭짓지 않겠냐고 보는 반면 여권은 4월 초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총리 탄핵 기각으로 긴장감이 높아진 민주당 등 야권은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윤 대통령 탄핵은 한 총리와는 위법성의 정도가 다르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 촉구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를 추진하겠다”며 “재판관 만장일치 윤석열 파면으로 헌법재판소가 헌법수호의 최고기관임을 증명해 달라”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는 “한 총리 탄핵 기각은 헌재가 증거부족으로 결정했을 뿐 윤 대통령 탄핵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헌재가 비상계엄 면허증을 발급하는 것과 같은 윤석열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리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