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2025년 2월24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 LG전자 >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올해 상반기 인도법인의 인도 증시 상장을 통해 2조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상장을 통해 유입된 현금 일부를 주주환원에 활용함으로써 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전자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전자 인도법인이 상반기 추진하는 기업공개(IPO) 규모는 130억 달러(약 18조6800억 원) 수준이다. LG전자는 인도법인 지분의 15%를 매각해 15억 달러(약 2조2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전자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2024년 말 별도기준 1조2천억 원에 그친다는 것을 고려하면 막대한 운영 자금이 한 번에 유입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법인(LGEIL)이 현지에서 기업공개(IPO)를 위한 막바지 단계인 예비 승인을 받았다”며 “다만 상장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4월 이후, 상반기 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유입되는 자금을 어디에 활용할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인도법인 상장의 목적이 인도 사업 확장인 만큼, 조달한 자금은 우선적으로 인도 설비투자 확대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G전자는 인도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8300억 원 규모의 세 번째 가전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2월 직접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성장 전략을 점검했을 만큼, 인도는 그룹 차원에서도 적극 공략하고 있는 시장이다.
조 사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감단회에서 “인도에서 정말 사랑받는 국민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023년 6월 인도 노이다 생산 공장을 방문해 가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 LG전자 > |
자금 일부는 성장이 아닌 주주환원에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인도법인의 인도 증시 상장은 ‘중복 상장’이란 주주들 지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외 상장이라 하더라도 사업체는 하나인데, 두 곳의 상장사에서 가치가 매겨지는 ‘더블카운팅’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해외법인 현지 상장은 기업가치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데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측은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LG, 두산, 현대차가 작년 4분기 이후 이익이 많이 나는 매력적인 해외 생산법인을 현지 상장했거나 현재 추진 중”이라며 “한국에서 번 돈으로 해외 회사를 인수하고 현지에 상장해서 한국 증시에는 껍데기 모회사만 남길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해외법인 상장이 기존 LG전자 기존 소액 주주에 이득이라는 점을 증명할 방법도 있다. 상장을 통해 얻은 현금 일부를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장에 따른 열매를 소액주주들과 나눈다면, ‘중복 상장’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인도법인 기업공개를 통해 유입된 현금 4조5천억 원 가운데 1조 원을 활용해, 올해 2월 자사주를 매입을 완료했다.
이를 고려하면 LG전자도 유입된 자금의 20% 정도를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도법인 상장에 따른 LG전자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6천억 원, 매입 수량은 총 발행주식 수의 4.6%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자금 일부는 성장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고, 일부는 주주 배분에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 등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