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보험사들이 사외이사 자리에 금융감독원 등 ‘관 출신’을 영업하는 기조가 올해도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보험업권에서 자본규제 고도화 등 여러 제도의 개편이 예고되면서, 금융당국과의 소통 중요도가 더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 보험사들은 올해 여러 제도개편을 앞두고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출신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여러 보험사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경력을 가진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했다.
먼저 19일 열린 한화손해보험 주주총회에서는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삼성생명은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허경옥 전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구윤철 전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이번에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21일 열린 현대해상 주주총회에서는 금융감독원 손해보험검사국과 보험감독국을 거친 도효정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DB손해보험도 21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자리에 정채웅 전 금융감독위 기획행정실장, 윤용로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외원장을 재선임, 박세민 전 금융위원회 상품심사위원은 이번에 신규 선임했다.
보험사들의 금융당국 출신 사외이사 선임 분위기는 이전에도 뚜렷했다.
올해는 특히 보험업계 책무구조도 도입, 자본규제 고도화 등 금융당국과 소통을 필요로 하는 중요 이슈가 예정되면서 그 기조가 계속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업권은 은행업권에 이어 올해 7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들의 책임을 세부업무까지 구체적으로 사전 기록한 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담당하는 임원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를 말한다.
책무구조도 도입에 맞춰 대다수 상장 보험사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안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
또 올해 자본 관리 관련 제도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은 당국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물을 찾을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12일 보험사 자본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하며 “보험사들이 자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권고치를 맞추고자 과도하게 후순위채 등 자본증권 발행을 늘렸다”고 말했다.
실제 2024년 보험업권 자본증권 발행액은 8조7천억 원으로 2023년보다 272%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어 “자본증권은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을 늘릴 뿐 아니라 적립하는 자본의 질을 낮춰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본규제는 보험사 재무 건전성 관리뿐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에 따른 주주환원에도 영향을 준다.
보험사들은 지금까지 적용된 규제에 따라 적립해야 하는 자본 규모가 컸다.
이에 기존에 결산배당을 실시하던 보험사들도 지난해 좋은 실적을 냈지만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대부분을 배당에 활용할 수 없는 적립금으로 축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국내 상장 보험사 11곳 가운데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배당을 확정한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3곳에 불과하다.
‘관 출신’ 사외이사는 단순 대관업무뿐 아니라 금융산업과 보험업에 대한 이해가 높아 보험사로서는 영입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 올해 주요 보험사에서 선임한 사외이사들은 금융당국 여러 업무 가운데 보험산업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한 인물이 많았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 보고서에서 “보험산업이 요구하는 학문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진 사외이사는 보험사 경영 성과와 금융 안정성을 높이는 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