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21일 '2024년 저축은행 결산 실적 설명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브릿지론 관련된 연체율 개선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더 이상 (저축은행업계가) 어려워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21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저축은행 결산 실적 설명회’에서 저축은행중앙회가 올해 가장 먼저 할 일로 건전성 개선을 꼽았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은 2024년 순손실 3974억 원을 냈다. 여전히 적자이지만 손실 규모는 2023년 5758억 원과 비교해 줄었다.
오 회장은 실적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잠정적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며 “다만 충당금 추가 적립 결과 4분기 400억 원가량 적자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3분기 258억 원의 깜짝 흑자를 거뒀다. 저축은행들이 사실상 2024년 하반기부터는 적자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오 회장은 저축은행의 실적 흐름은 “올해 상반기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오 회장 관점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커졌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날 금융당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말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52%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저축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바라봤다.
2023년 말 6.55%보다 1.97%포인트 높아진 것뿐만 아니라 2015년 말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연체율과 함께 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년 전보다 2.91%포인트 오른 10.66%로 나타났다. 저축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넘긴 것 또한 2015년 뒤로 9년 만이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됐다. 지난해 12월 안국·라온저축은행에 이어 최근에는 업계 10위권인 상상인저축은행도 적기시정조치 가운데 경영개선권고를 받았다.
건전성만 놓고 보면 저축은행업계에 트라우마로 남은 ‘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2011년 7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며 발생했다.
이런 시장의 시선을 모를 리가 없었다는 점에서 오 회장은 저축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1순위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 개선을 위한 실질적 움직임을 공유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3차 PF 정상화 펀드 조성과 부실채권(NPL) 관리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급에 비해 부족한 수요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최병주 저축은행중앙회 경영전략본부 수석 상무는 “금융당국과 협의해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실채권 자회사는 늦어도 올해 안에 설립해 하반기에 부실자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들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 이외에도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영업채널 확대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20일 저축은행 M&A 기준을 2년 동안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분기별 경영실태 계량 평가에서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를 받은 저축은행도 부실 저축은행으로 M&A 매물이 될 수 있다.
19일에는 저축은행중앙회와 5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온투사)가 연계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저축은행의 온투업에 대한 연계투자는 온투사가 모집·심사한 개인차주의 신용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저축은행이 지원하는 금융서비스다. 저축은행들은 새로운 영업채널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21일 '2024년 저축은행 결산 실적 설명회'에서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오 회장에게 이날 설명회는 여전히 부진한 건전성과 영업환경을 설명해야 한다는 점 이외에도 부담이 적지 않은 자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오 회장은 올해 2월16일 공식 임기를 마치고 임시 대행을 맡고 있다. 그리고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미 연임 여부를 두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직접 앞에 나서는 것이 조심스러웠을 수 있다. 이날 설명회 시작에 앞서 저축은행업계와 관련한 여러 궁금증에도 영업실적 위주로 진행하겠다는 안내가 있었던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저축은행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오후 후보자 인터뷰를 진행한 뒤 최종 후보 추천을 한다.
20대 저축은행중앙회장 후보로는 오 회장과 정진수 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대표가 등록을 마쳤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