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3-21 15: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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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용 연우 대표이사가 인디브랜드 확보에 적극 나서며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콜마>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콜마가 자회사 연우를 인수한 지 3년이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를 전적으로 한국콜마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연우는 2022년 중국의 봉쇄 조치로 주거래처라고 할 수 있는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대형 브랜드사의 수주가 급감하며 실적이 악화됐다. 여기에 장기화된 중국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박상용 연우 대표이사는 대형 브랜드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인디브랜드 수주 확대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연우는 영업손익이 흑자로 돌아서며 꺼져가던 회복의 불씨를 다시 지펴 올렸다고 평가된다.
21일 연우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한국콜마 인수 이후 수익성이 눈에 띄게 악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연우는 2021년까지만 해도 연간 3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2021년 연우의 영업이익은 299억 원으로 경쟁사인 펌텍코리아를 앞서며 확실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같은 성장성을 눈여겨본 한국콜마는 2022년 7월 2864억 원을 들여 연우의 지분 55%를 인수했고 지난해 초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연우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데다 기술력까지 갖춘 화장품 용기 전문업체로 주목받았다.
한국콜마는 자사의 제조자개발생산(ODM) 역량에 연우의 패키징 기술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인수 이후 수익성이 급격히 꺾이며 2023년에는 영업손실까지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9억 원에 불과했다. 인수 전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3% 수준에 그친다. ‘이 정도면 회복이라기보다는 생존’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연우 측은 이 같은 부진의 원인으로 중국시장 실적 악화를 꼽았다. 주력 수출처인 중국이 장기간 봉쇄되면서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고객사들의 매출이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연우의 수주 물량도 함께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중국의 봉쇄 조치는 해제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은 분위기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모두 중국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연우 역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 연우가 한국콜마에 인수된 지 만 3년이 되어가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며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연우의 화장품 용기. <연우>
다만 연우의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 소폭이나마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다 든든한 모기업 한국콜마를 등에 업고 있는 만큼 향후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연우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748억 원, 영업이익 9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16.5% 늘었으며 영업손익 역시 흑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연우의 수익성 개선에 박상용 대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연우의 약점을 정확히 짚고 과감하게 방향을 튼 판단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연우는 그동안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고객사에 대한 수주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물론 PKG그룹·로레알·에스티로더·피앤지 등 다수의 글로벌 화장품 제조사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다만 경쟁사와 비교할 때 국내 대형브랜드사의 비중이 높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경쟁사 펌텍코리아는 인디브랜드를 중심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지며 전혀 다른 성장 공식을 써왔다. 특히 펌텍코리아는 프리몰드 제품 비중이 76%에 달한다. 프리몰드는 브랜드사의 별도 디자인 요청 없이 미리 개발된 용기를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생산하는 방식이다. ‘빠르고 저렴하게’가 생명인 인디브랜드에게는 이보다 더 딱 맞는 모델도 없다.
박 대표 역시 이러한 시장 구조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 연우는 지난해부터 프리몰드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며 관련 제품 비중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대형 브랜드사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인디브랜드를 선점하고 서구권 중심의 K-뷰티 수주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회사 내부에서도 박 대표의 이 같은 시도에 대해 긍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 대표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며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대표의 임기는 31일자로 종료된다.
1967년생인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화생명보험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를 지낸 뒤 한국콜마홀딩스에서 기획관리 부문 전무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2023년부터는 연우의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업계는 대기업에서 인디브랜드 중심으로 트렌드가 옮아가고 있다”며 “연우도 인디브랜드 부문 투자를 확대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점차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