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보락 올인원 세탁건조기 'H1 라이트'. <로보락> |
[비즈니스포스트] 로봇청소기에 이어 올인원 세탁건조기까지 중국 제품이 한국 시장을 침공하기 시작했다.
한국 소비자의 늘어나는 세탁건조기 수요에 발맞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독주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가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1위인 로보락이 올인원 세탁건조기 ‘H1 라이트’를 한국에 공식 출시하며, 제품 영역을 본격적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버튼 하나로 세탁 뒤 세탁물을 꺼내지 않고 건조까지 마칠 수 있는 제품이다.
세탁기와 건조기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 통합해 공간을 절약할 수 있고, 세탁물을 건조기로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어든다.
H1 라이트는 로보락이 처음 출시한 올인원 세탁건조기로 10kg 세탁, 6kg 건조 용량의 크기로 만들어졌다. 급격히 늘어나는 1인 가구를 공략한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2025년형 올인원 세탁건조기의 세탁, 건조 용량이 각각 25kg와 18kg이란 점을 감안하면 훨씬 작은 셈이다.
LG전자의 올해 2월 출시한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는 세탁 용량이 25kg, 건조 용량이 15kg이다.
삼성전자 모델이 2025년형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다만 로보락 H1 라이트는 130만 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됐다.
최소 389만9천 원의 가격이 책정된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건조기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높은 가격 때문에 그동안 올인원 세탁건조기 구입을 망설이던 소비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로보락이 세탁건조기 후발주자인 만큼 가격으로 승부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로보락의 로봇청소기가 한국 시장을 점령한 것도 무엇보다 가격 매력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20년 전에도 출시됐지만 ‘열 건조’ 방식으로 옷감이 많이 손상되는 등 기술적 문제 많아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LG전자가 2024년 ‘열 건조’ 방식이 아닌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 방식을 도입해 옷감을 보호할 수 있는 올인원 세탁건조기를 출시하며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는 냉매 순환으로 발생한 열을 활용해 빨래가 머금고 있는 수분만 빨아들이는 저온 제습 방식이다.
이어 삼성전자도 단독 건조기 수준의 성능을 갖춘 ‘비스포크 AI 콤보’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올인원 세탁건조기 시장을 열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출시 5개월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3만 대를 넘어서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인원 세탁건조기 시장은 2023년 기준 5억3천만 달러(약 7700억 원)에 이르며, 2032년까지 연평균 15.4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시화 진행과 함께 주거 공간이 작아짐에 따라 세탁과 건조 기능을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한 올인원 세탁건조기의 편리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 LG전자 올인원 세탁건조기 '트롬 오브제콜렉션 워시콤보 트루스팀'과 미니워시까지 결합한 제품 이미지. < LG전자 > |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세탁건조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세계에서는 두 회사가 올인원 세탁건조기 생산량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제품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한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보락은 지난해 7월 스타필드 하남에 이어 올해 1월 스타필드 고양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등 한국 가전시장 공략에 힘을 주고 있다. 주요 온라인몰 외에 전국 주요 백화점 27곳을 비롯해 롯데하이마트에도 세탁건조기를 판매하며 소비와 접점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하이얼, 미디어, TCL 등도 올인원 세탁건조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함께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기능을 가전기기에 적극 도입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다만 신뢰성이나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는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