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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KB금융지주 부회장 대신 부문장 선택한 이유, 후계자 육성은 '상국 대신 승상'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5-03-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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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KB금융지주 부회장 대신 부문장 선택한 이유, 후계자 육성은 '상국 대신 승상'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부문장 제도 개편을 통해 부회장 제도를 사실상 부활시켰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KB금융지주가 새로운 회장 승계 경쟁 구도를 마련하고 있다.

지주 부회장직을 폐지한 뒤 1년 만에 부문장을 '사실상 부회장'으로 격상했다. 회장 후보군 육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회장 선임 과정과 관련해 공정성 확보를 주문하는 상황 속에서 부문장 제도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승계 구도로서 부문장 강화는 회장 선임 과정에서 외부 후보에게 벽을 쌓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 부회장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KB금융그룹이 2024년 12월 정기 조직개편 및 경영진 인사를 발표하자 KB금융지주 부문장 직책에 시선이 몰렸다.

1년 전만 해도 부문장은 부사장급에 그쳤는데 이번에 선임된 인사들은 면면이 화려했다.

이재근 전 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의 글로벌사업무문장을 맡았다. 디지털부문장(CDO)과 IT부문장(CITO)에는 디지털 플랫폼 KB페이의 성공을 이끌었던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됐다.

부회장직을 폐지한 지 1년 만에 KB금융지주 부문장의 지위를 격상하며 ‘사실상 부회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KB금융지주에서는 실제로 부회장 역할을 하지만 명칭은 부문장인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의 부회장직 운영을 놓고 엄격한 태도를 보여 왔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회사의 부회장 제도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데다가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에서 외부 출신 인사들을 배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2023년 12월12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부회장 제도와 관련해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형태보다 진일보된 제도인 것은 맞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발탁과 외부 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양종희 회장은 회장 취임 뒤 금융당국의 이런 입장을 의식해 2023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부회장 직제를 폐지했다. 부회장이 맡고 있던 부문장은 부사장급이 맡는 직책으로 격하했다. 10부문 16총괄 1준법감시인 체계는 3부문 6담당 1준법감시인 체계로 축소 조정했다. 

양 회장이 1년 만에 부문장 제도 격상을 통해 사실상 부회장 직제를 재가동하는 판단을 내린 것은 부회장직의 필요성과 금융당국의 부정적 견해 속에서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이러한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를 차지하는 관직명을 떠올려보라고 시킨다면 열에 아홉은 승상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위나라의 창업 군주 조조가 한나라의 마지막 승상이었고 제갈량 또한 촉한의 승상을 맡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한나라의 관직 체계에서 서열 2위 관직은 상국이다. 다만 상국이라는 관직의 권위와 그에 따른 부작용이 높다 보니 금기시되면서 ‘상국 보좌’를 뜻하던 승상이 실제로는 상국이 하던 역할을 하게 됐다.

◆ KB금융지주 부문장 면면 살펴보니

KB금융지주의 ‘사실상 부회장’인 부문장을 맡게 된 이재근 전 국민은행장과 이창권 전 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KB금융그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 전 행장은 2024년 말 임원 인사가 발표되기 전만 해도 은행장 연임이 확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인 데다가 2024년 2분기부터는 국민은행의 순이익을 끌어올리며 실적 방어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2024년 1분기 ELS 손실 배상 비용의 여파로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5% 감소한 1조491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2024년 2분기에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인 1조7324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국민은행의 호실적은 이자이익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24년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대비 3.6% 증가한 10조2239억 원의 이자이익을 올렸다. 국내 시중은행에서 10조 원이 넘는 연간 이자이익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2024년 한 해 동안 순이익으로 3조2518억 원을 거뒀다. ELS 관련 손실보상 충당금으로 7740억 원을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0.3% 감소한 순이익을 거둔 것이다.

이창권 전 사장 또한 신규 고객 확대를 통해 KB카드의 호실적을 끌어냈다. 

이 전 사장이 신규 고객 확대를 위해 던진 승부수 가운데 하나는 KB국민카드의 대표적인 핵심 상품인 KB국민 위시(WE:SH)카드다. 고객 소비 목적에 따라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위시카드는 2024년 8월 말 기준으로 100만 장 발급을 달성하며 흥행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KB국민카드의 신규 회원은 161만4천 명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현대카드 141만7천 명 △삼성카드 128만9천 명 △신한카드 125만4천 명 순이었다.

이 전 사장은 KB금융그룹의 종합금융 디지털 플랫폼 ‘KB페이’의 성장세도 이끌었다. 

KB페이에 다양한 기능을 도입하고 KB금융그룹이 제공하는 은행 및 비은행 분야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고객 편의성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이창권 전 사장 취임 이전인 2021년 말 600만 명 수준이던 KB페이의 가입 고객은 2025년 2월18일 기준으로 1400만 명을 돌파했다. 

KB국민카드는 2024년 순이익으로 4027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하면 14.7% 늘어난 것이다.
 
[씨저널] KB금융지주 부회장 대신 부문장 선택한 이유, 후계자 육성은 '상국 대신 승상'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왼쪽 첫 번째)가 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MWC 2025)'에서 이창권 KB금융지주 디지털·IT부문장(왼쪽 네 번째),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사업부문장(왼쪽 세 번째)과 함께 설명을 듣고 있다. < KB금융지주 >
◆ 과거 KB금융지주 부회장 제도 어떻게 운영됐나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을 수식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는 ‘KB금융지주 출범 이래 첫 내부 출신 회장’이다.

내부 출신인 양 회장이 그동안의 외부 출신 선임 관행을 깨고 회장으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던 배경으로는 KB금융지주의 부회장 제도가 꼽힌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3연임에 성공한 뒤인 2020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부회장 제도를 부활시켰다.

KB금융지주의 부회장은 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강정원 당시 KB금융지주 부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회장 내정 뒤 사퇴를 하는 과정에서 회장 중심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2010년 없어졌다.

10년 만에 부활한 부회장 직책에는 당시 KB생명보험을 이끌었던 양종희 회장이 임명됐다. KB금융그룹의 부회장 제도는 1년 뒤인 2022년에 3인 부회장 체제로 개편됐는데 허인 전 KB국민은행 은행장,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새롭게 선임됐다.

윤 전 회장은 3인 부회장 체제가 갖춰진 이후 양 회장, 허 전 부회장, 이 전 부회장에게 여러 부문을 경험하게 하며 후계자 교육을 진행했다. 

KB금융그룹을 이끌어 갈 역량을 갖추게 하기 위한 후계자 교육 과정에서 각 부회장의 역할 교체도 진행됐다.

2022년 기준으로 허 부회장은 개인고객부문, WM·연금부문, SME부문을 맡았다. 이동철 부회장이 글로벌부문과 보험부문, 양종희 부회장이 디지털부문과 IT부문을 담당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양 부회장이 개인고객부문과 WM(자산관리)·연금부문 SME(중소상공인)부문을 이끌게 됐다. 허인 부회장은 글로벌부문과 보험부문, 이동철 부회장은 디지털부문과 IT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윤 전 회장이 만들어놓은 부회장 제도를 통한 KB금융지주 회장 승계 시스템은 금융당국의 조건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2023년 7월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회관에서 열린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금 전달식 및 소상공인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KB금융은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이 잘 짜여있고 노력하고 있다”며 “조금 더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발견돼 개선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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