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의장 신중한 태도에 한은도 금리인하 멈칫할까, 이창용 환율 가계부채 집값 '3중 고민'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2025-03-20 16: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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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분기 추가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또 한 번 동결하면서 20일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의 2분기 추가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금리인하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비둘기적(dovish)’ 발언을 내놓았지만 이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금리인하 시점에 관한 ‘신중한’ 태도라고 바라봤다.
비둘기는 통화정책에서 완화적이고 경기부양적 태도를 나타내는 용어다. 반대로 경제성장보다 물가 등 금융안정에 비중을 두는 통화긴축 기조는 ‘매파(hawkish)’ 정책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 무역 정책에 특히 불확실성이 크다”며 “성급하게 정책 기조를 조정하지 않고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추이 등 정책과 경제지표를 두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매우, 매우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에서도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3.375%), 상단(3.875%) 수치는 유지됐지만 상단 수준을 예상한 위원이 1명에서 4명으로 증가했다. 점도표에서는 ‘매파적’ 기조가 강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FOMC 리뷰 보고서 제목을 ‘상반기 인하 없음’으로 달았다.
김 연구원은 당초 미국이 6월과 9월, 12월 금리인하를 단행해 올해 기준금리를 최종 3.75%로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FOMC 뒤 인하 재개 시점을 9월로 미루고 최종 금리는 4.00%로 높였다.
김 연구원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고용과 경제가 견조한 가운데 관세 여파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내놨다”며 “또 당분간 정책 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고 있는 점이 드러났다”고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트럼프 관세정책 등 영향이 실물경제 가시적 둔화로 이어질지 여부를 확인한 뒤 대응에 나설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국은행의 2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기대와 다르게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폭은 0.5%포인트 수준으로 예상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이미 1.75%포인트 벌어져 격차가 큰 편이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현지시각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미국 연준이 현재 4.25~4.50%인 기준금리를 계획대로 2차례 낮춘다고 해도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가 다시 역대 최대 수준인 2%로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2월 기준금리를 2.75%로 인하하면서 추가 인하를 시사해왔다.
특히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경제성장률 전망이 하락하면서 기준금리를 2% 초반대로 낮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인하에 ‘브레이크’를 계속 걸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창용 총재도 추가 인하 시기와 인하 폭을 두고 고심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연준 통화정책 방향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바라봤다. 추가 금리인하를 위한 대내외 여건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정치·경제 상황도 만만치 않다.
올해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은 2월 말보다 4조3천억 원 늘어나면서 2024년 11월 뒤 최대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주택담보대출이 5조 원대로 늘어났다.
최근 강남을 비롯한 서울 수도권,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집값 상승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정부가 2월 서울 강남과 송파구 주택에 고나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 바로 시장 과열 조짐이 나타났다.
그 뒤 한 달 만에 강남과 송파 등이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됐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거래가 살아나면서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통화정책방향 의사록에서 “가계와 기업 경제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실물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정도가 통상보다 약할 수 있다”며 “동시에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과 가계부채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4년5개월 만에 금리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한 뒤 같은 해 11월과 올해 2월 등 모두 3차례 금리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