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3-18 14: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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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석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사진)는 회사 내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임원으로 꼽힌다. 박 대표가 2024년 9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블룸버그 영상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CJ제일제당에는 소위 말하는 오너라고 할 수 있는 ‘회장’, ‘부회장’보다 돈을 많이 받는 임원이 있다. 박민석 식품사업부문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박민석 대표는 CJ제일제당에 영입된 뒤 3년 동안 보수로 123억 원을 넘게 받았다. 웬만한 CJ그룹 전문경영인은 물론 오너일가도 명함을 못 내밀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이 글로벌 식품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영입한 박 대표에게 통상적 수준을 뛰어넘는 파격적 보상을 꾸준히 이어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CJ제일제당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식품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박민석 식품사업부문 대표의 최근 3년 보수가 다른 임원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박 대표가 지난해 CJ제일제당에서 받은 보수는 58억5200만 원. CJ그룹 전문경영인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으로 불리는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지난해 수령한 연봉 45억7500만 원보다 13억 원가량 많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CJ제일제당에서 수령한 보수도 37억4900만 원으로 박 대표에게 크게 뒤진다.
보수를 구성하는 데 기본이 되는 급여만 보면 CJ제일제당이 박 대표에게 상당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는 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강 부회장의 연봉 가운데 급여는 13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급여로만 지난해 51억 원을 넘게 벌었다.
박 대표의 보수는 CJ제일제당에 영입됐을 때부터 회사의 최고 수장인 대표이사보다 높았다. 박 대표는 2022년 2월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발탁됐다. 그해 9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도 겸임하게 됐으며 11월에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다.
박 대표가 2022년 받은 연봉은 25억8200만 원이다. 당시 회사를 이끌던 최은석 대표이사가 받은 보수(26억1400만 원)와 비교하면 3천만 원가량 적지만 2월부터 회사에서 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대표이사보다 더 많은 보수를 수령했음을 얼추 짐작할 수 있다.
박 대표는 2023년에도 보수로 38억9900만 원을 받아가며 이재현 CJ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보다도 더 많은 연봉을 받은 사내 최고 연봉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 대표가 CJ제일제당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그가 쌓아온 이력 덕분이다. 그는 CJ제일제당에 입사하기 전 세계 3대 식품회사로 꼽히는 몬델리즈에서 최고전략책임자를 맡았다. 몬델리즈는 전 세계에서 9만 명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으로 160여 나라에서 사업을 펼친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과자 ‘오레오’로 유명하며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출 364억 달러, 순이익 46얼 달러를 벌었다.
박 대표는 몬델리즈에서 장기 전략 비전 및 성장 기회, 인수합병, 신사업, 디지털 혁신 등을 주도했다. 이전에는 미국 유통기업 타겟에서 2년가량 일하며 최고전략책임자를 맡았고 글로벌 완구기업인 레고에서도 마케팅과 유통채널 발굴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 박민석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사진)는 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전문경영인까지 영역을 넓힌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그의 이력을 놓고 전략 전문가라고 평가한다.
사실 박 대표가 처음부터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그가 비즈니스 현업에서 뛰기 전 했던 일은 컨설팅이다. 그는 1991년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년가량 일하며 아시아태평양 영업 및 마케팅 실무, 북미 공급망 관리, 아시아 소비자유통 실무 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동안 LG전자에 파견근무를 나가 최고전략책임자 부사장을 맡는 등 대다수의 경력을 전략 전문가로 채웠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C레벨 출신 임원을 영입하려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영입 당시 계약 조건에 따라 보수가 책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CJ제일제당에서 연봉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데는 사내 구성원들의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3년 식품사업부문 대표로 발탁됐는데 그해 바로 식품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2022년보다 87% 뛰었다.
2024년에는 식품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4% 감소하긴 했지만 CJ제일제당이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사업만 보면 매출이 7% 성장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적지 않아 보인다.
박 대표가 외적으로만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특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CJ제일제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박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이라 업무를 하는 방식이 매우 서구적”이라며 “한국어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군대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수직적 문화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 조직 문화가 많이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돌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식품사업부문을 총괄하면서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을 주요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양한 국가와 시장을 놓고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유럽은 신흥 시장이며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을 닻으로 혁신을 이끌어야 하며, 중국 역시 CJ제일제당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의 취미는 철인3종 경기다. 그는 하와이 코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4번 출전하는 등 철인3종 경기를 23번 완주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