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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홈플러스 전단채, 상거래채권으로 볼만한 여지있다

김수헌 fntom@naver.com 2025-03-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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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홈플러스 전단채, 상거래채권으로 볼만한 여지있다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긴급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의 매입채무를 유동화 한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이 연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단채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홈플러스가 상거래채권 변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무담보채권이더라도 금융채권보다는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홈플러스 매입채무 유동화 증권, 즉 전단채는 금융채권일까, 상거래채권일까.

일단 ‘유동화’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철수는 영희에게 1억 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로 했다. 만기는 1년이다.
 
철수는 대여금 1억 원을 조기에 회수하고 싶어졌다. 어떻게 하면 될까.

철수는 증권사가 설립한 유동화 회사(SPC, 페이퍼컴퍼니)와 계약을 맺고 대여금  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하는 ‘유동화’에 착수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유동화 회사는 금융투자상품을 발행하면서 시장의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 연 6%짜리 고금리 투자상품이 있어요. 철수가 보유한 대여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하는 건데요, 채무자인 영희가 대여금을 갚으면 그 돈으로 이 투자상품을 상환할 겁니다.”

투자자들은 이 금융상품을 매수한다. 매수대금은 철수에게 전달되고 철수는 대여금 채권을 조기에 회수한다.

그리고 1년 뒤 영희가 철수에게 대여금을 갚으면 철수는 이 돈을 유동화 회사에 보내고, 유동화 회사는 다시 투자자에게 상환하면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영희의 신용도를 보건대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돈이 묶이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유동화 회사는 만기 3개월짜리 투자상품을 발행해서 투자자를 모은다.

대여금 만기는 1년인데 단기 투자상품을 발행하면 3개월 뒤 만기시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원리금을 내 줄 것일까.

유동회 회사는 다시 3개월짜리 투자상품을 발행하고 그 대금으로 앞의 투자자들에게 상환해주면 된다.
 
다시 말해 1회차 만기상환금은 2회차 투자자 대금으로, 2회차 만기상환금은 3회차 투자자 대금으로 돌려막는다.

마지막 4회차의 만기는 이 투자상품을 최초 발행한 지 딱 1년이 지난 시점에 도래한다. 따라서 영희가 철수에게 갚은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렇게 유동화를 위해 발행하는 투자상품을 유동화 증권이라고 한다.

만기는 길어야 3개월짜리가 대부분인데 기업어음(CP)나 전자단기사채(전단채, Short Term Bond) 형태로 발행된다.
 
철수가 가진 대여금 채권을 유동화 자산 또는 유동화 기초자산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홈플러스 매입채무 유동화라는 건 뭘까.

홈플러스와 신용카드사, 유동화 회사, 유동화 증권 인수자, 유동화 증권 최종 투자자가 등장하는데 구조가 좀 독특하다. 

다음의 그림을 번호순대로 따라가보자.
 
[컴퍼니 백브리핑] 홈플러스 전단채, 상거래채권으로 볼만한 여지있다
 
홈플러스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구매하고 신용카드(구매전용법인카드)로 결제를 해준다.

홈플러스는 나중에 카드사용대금을 카드사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홈플러스는 채무자, 카드사는 채권자가 된다. (①~④)

카드사는 유동화 회사와 계약을 맺고, 유동화 회사는 홈플러스에 대한 카드사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전단채를 발행한다.

증권사는 이 전단채를 인수한 뒤 개인투자자 또는 법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데 전단채 대금은 다시 유동화 회사와 카드사를 거쳐 홈플러스 거래업체에게 납품대금으로 지급된다.
 
3개월 뒤 홈플러스가 카드사에 대금을 입금하면 이 돈은 유동화 회사를 거쳐 전단채 투자자들에게 흘러간다.
 
이러한 홈플러스 매입채무의 유동화 과정에서 우리는 한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유동화를 직관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대개는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홈플러스가 카드로 납품대금을 결제하면 카드사가 거래업체에게 납품대금을 지급해준다. 이후 카드사는 홈플러스 채권을 조기회수하기 위해 유동화를 한다.”

이런 프로세스를 고려할 때 유동화증권(전단채) 투자자는 금융채권을 가진 걸까, 아니면 상거래채권을 가진 걸까.

투자자는 유동화 회사가 발행하는 전단채라는 금융상품에 투자한 것이며 전단채는 카드사와 유동화 회사간 금융거래계약에 기반하여 발행되었기 때문에 금융채권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유동화가 무엇일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단채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좀 더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앞의 그림에서 나타난 것처럼 납품업체에 지급된 대금은 전단채 투자금이다.

이 돈이 카드사를 거쳐 납품업체로 갔다.

즉 카드사가 자기 자금으로 먼저 납품업체에 현금을 지급하고 차후 전단채 대금으로 회수한 것이라기보다는 전단채 투자자들이 낸 돈이 카드사를 형식적으로 거쳐 납품업체로 간 것이다.
 
홈플러스를 대신해서 전단채 투자자들이 매입채무를 결제해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홈플러스와 전단채 투자자간에 직접적인 채권채무 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상거래채권으로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상거래채권이든 금융채권이든 담보가 없는 회생채권은 원금 회수가 어렵다. 회생계획안 작성과정에서 원금 일부가 탕감된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상거래채권에 대해서는 영세업체 납품대금부터 시작해서 전액 정상변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단채가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된다면 좀 지체되더라도 투자자들은 정상변제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금융채권으로 분류된다면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전단채 투자자들이 상거래채권 분류를 원하며 연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하고 증권사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회생법원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홈플러스의 재무상황에 대한 실사 결과 등을 종합해서 전단채의 성격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전단채 투자자들의 희비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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