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머독대와 중국 베이징 농업임업과학원 연구진이 보리 품종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야생 보리에서 발견한 유전자를 적용해 실제로 오염 환경에서 더 잘 자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했다. <머독대학> |
[비즈니스포스트] 호주와 중국 연구진이 기후변화로 토양 오염이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작물이 더 잘 자라게 할 수 있는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
17일(현지시각) 호주 머독대학은 중국 베이징 농업임업과학원(BAAFS)와 협업해 염색체 단위로 야생 보리 '호르디움 브레비스블라툼(Hordeum brevisubulatum)' 유전체 지도를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벼과 겉보리속에 속한 호르디움 브레비스블라툼은 염분이 높거나 알칼리성이 강한 토양에 뛰어난 내성을 가진 보리다.
연구진은 이번에 유전체 지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알칼리성 토양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도 영양소를 효율적으로 섭취하도록 하는 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해당 유전자를 밀과 야생 보리 교잡 작물인 '트리토디움(Tritordeum)'에 적용한 결과 종래의 밀과 비교해 같은 스트레스 환경에서 수확량이 28% 증가하고 질산염 흡수율이 48% 늘었다.
질산염은 토양을 오염시키는 물질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나 비료를 사용할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 화학적으로 수화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건조한 기후에서 토양을 더 심각하게 오염시킨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극한 가뭄이 발생하는 지역이 많아져 토양 질산염 농도가 높아지면서 작황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 책임 저자를 맡은 리쳉다오 호주 '서부작물유전자연합(WCGA)' 디렉터는 "우리 연구 결과는 호주 농업 부문, 특히 건조하고 토양에 염분이 상당한 호주 서부와 남부 같은 지역에 변혁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비료 의존도를 줄여 호주의 2030년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츠'에 등재했다.
피터 데이비스 머독대 부총장은 "이같은 획기적인 연구는 기후변화로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호주를 작물 분야 기후대응 최선두에 올려놨다"며 "야생 보리의 유전적 특성을 적용하는 연구를 가속화한 우리 연구진은 향후 10년 내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기온상승와 토양 열화에 맞서 싸우는 농부들에 시의적절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